[양평군 지평면 50대農心 르포] “한파에 기름값은 치솟고 蘭값은 뚝뚝 떨어지고…”

비닐하우스서 11년째 재배 자식같은 작물 얼어죽을까 걱정 태산

면세유·묘종값·비료값은 껑충… 출하가는 내려가 한숨만 푹푹

“기습적인 한파에 기름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덴파래출하가는 갈수록 뚝뚝 떨어지고…”

 

13일 오전 11시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에서 만난 안춘심씨(56·여)는 넋을 놓은 듯 비닐하우스 안 작물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200여㎡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 11년째 키우고 있는 자식같은 작물들이 얼어 죽을까 걱정이 태산같기 때문이다.

 

안씨가 재배하는 작물은 서양란의 일종인 덴파래로, 늘 실내온도를 22~23도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수은주가 영하 25도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추위와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온도를 맞추기 위해 쉴새없이 보일러를 돌리고 있지만,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씨가 사용하는 난방용 면세유는 지난주 ℓ당 1천120원에서 벌써 50원이나 올랐다.

 

여기에 비료값도 ㎏당 7만5천원으로 지난달보다 30% 이상 인상됐고, 묘종값도 주당 800원으로 지난주 700원보다 20% 올랐다.

 

반면 출하가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당 3천원을 받던 것이 1천2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안씨는 최근 직원 2명을 내보내고 두 아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지평면 일신리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임온규씨(59)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3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출하하고 그는 7년만에 처음으로 딸기가 얼어 죽을까 걱정하고 있다. 고랭지 작물이라 3중 수막과 보온 커튼으로 12~13도만 유지해도 살 수 있지만, 올해는 한파가 유난히 심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임씨는 “비료값, 인건비에 기름값까지 들어가게 되면 적자가 불가피해 보일러를 가동시키면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라도 불러 인건비를 줄여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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