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렁치와 쏘가리 등 민물고기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보면 자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처럼 쓰리고 아픕니다.”
백종식 양평군 서종면 어촌계 회장(47·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553)은 매년 설날 아침을 동이 트는 북한강에서 맞이한다.
음력으로 정월 첫날부터 대보름까지가 민물고기들을 잡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백 회장은 임진년 첫날인 지난 23일도 그렇게 북한강에서 한해를 시작했다.
강에 나선 그가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 오르는 북한강 위로 그물을 던지자 이름 모를 물새들이 “끼륵 끼륵”하고 울어 대며 날아 올랐다.
밤새 겨울바람에 시달린 억새들은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백 회장이 모터에 달린 끈을 잡아 당기자 보트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강 한복판으로 질주하자 보트 뒷꽁무니로 물살이 하얗게 이어졌다.
북한강 어부인 백 회장의 임진년 첫 출어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뭍에도 어부들이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더라구요.”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그가 북한강에서 고기잡이에 나선게 지난 1997년이니 벌써 강산이 두번 바뀌도록 어부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북한강도 숱한 변화를 겪어내야 했고, 수질 오염으로 물고기 개체수도 꾸준히 감소해 많이 잡는 날은 20㎏까지 육박했던 어획량도 이젠 어려워졌다.
현재 서종면 어촌계 회원들은 줄잡아 20여명 남짓.
한때는 40여명에 육박했던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그만 두고 도회지로 속속 떠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당국이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신규 어업허가를 금지하고 있어 앞으로 고기잡이를 포기하는 어부들은 갈수록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는 꿈이 있다.
백 회장은 “요즘엔 새벽마다 물고기들이 저를 깨우는 꿈을 꿉니다. 북한강도 예전처럼 다시 맑아지겠죠.”라며 힘찬 그물질을 멈추지 않았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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