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시골마을 ‘멧돼지 공포’

대낮에도 무리지어 출몰… 주민들 “외출하기 겁나”

올 하반기 야생동물 피해접수 500여건 신고 잇따라

“멧돼지들 때문에 겁이 나 살 수가 없습니다”

 

18일 오전 10시20분께 양평군 옥천면 신복3리.

 

이 일대 주민들은 최근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 30여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 한복판에 멧돼지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

 

기온이 낮아지면서 먹을거리가 떨어지자 3~4마리씩 무리를 지어 인가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주민 이모씨(68)는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대낮에도 마을 한복판에 멧돼지들이 배회하는 날이 많아졌다”며 “돌멩이라도 던져서 쫓고 싶지만, 혹시나 누가 다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씨(74)는 “어린 손주들이 무서워하는 바람에 대문을 꼭 닫은 채 밖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마당에 멧돼지들이 있어 식구들 모두 공포에 떨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평화롭던 마을에 멧돼지들이 나타나면서부터 마을 주민들은 외출조차 어려운 실정이지만, 청·장년층이 대부분 도회지에 있는 탓에 멧돼지를 소탕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당국에 멧돼지 소탕을 요청하고 있지만, 멧돼지들이 출현했을 때 운좋게 포획하는 것을 제외하면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지난 6월말부터 최근까지 양평군에 접수된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 신고는 500여건으로 특히 수확철인 지난 10월부터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야생동물들에 의한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야생동식물보호협회, 한국수렵협회 등과 공동으로 기동포획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마을에 출현하는 멧돼지들을 퇴치하기 위해 인근 군부대와의 협조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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