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는 간단한 방법 ‘친절’ 사소한 것 같지만 놀라운 친절의 힘
최원용 박사의 강의는 매번 새롭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가 되면 2시간 동안 최 박사의 강의를 듣는다. 한 기업인이 강의실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고, 모두 16강좌로 이루어진 최 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40명쯤 모인다. 학생도 아닌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사람들이다. 수강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최 박사께서 재능을 기부해 주는 시간일 뿐이다.
모두 다섯 단계로 이루어지는 학습과정에서 자신의 인격과 태도를 발견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고 기부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최 박사의 소망이 담겨있는 강의이다. 그 중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들로부터 이웃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전해야 하는지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메모해 두었던 ‘친절하라’라는 주제의 최 박사 강의록을 옮겨본다.
「1880년 어느 여름, 가가호호를 방문해서 이것저것을 파는 가난한 고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그렇게 하루 종일 방문판매를 다녔고, 오후가 되자 지치고 배도 고팠습니다. 그러나 주머니에는 달랑 10센트 동전 하나 밖에는 없었고, 그것으로는 적당한 것을 사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어느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이 열리고, 예쁜 소녀가 나왔습니다. 젊은이는 부끄러워서 배고프다는 말을 못했고 다만 물 한잔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젊은이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큰 컵에 우유 한 잔을 내왔습니다. 젊은이는 그 우유를 단숨에 마셨고, 새로운 힘이 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를 드려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소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엄마는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는 이 말에 큰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학비를 마련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그는 그때의 우유 한 잔으로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십 수년이 지난 후, 소녀는 중병에 걸렸고, 그 도시의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병원의 의사는 큰 도시의 전문의를 불러오면 고칠 수 있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오게 된 의사가 하워드 켈리 박사(1853~1943년)였습니다. 소녀에게 우유 한 잔을 얻어 마셨던 바로 그 젊은이였던 것입니다. 그는 산부인과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명문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창설멤버이기도 했습니다. 켈리 박사는 환자를 보고 한 번에 그녀임을 알아보았고,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의료기술을 동원해서 그녀를 치료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산부인과 질환으로는 상당히 힘든 케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수술 후 환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습니다. 퇴원할 날이 다가왔습니다. 환자는 몹시 기뻤지만 병원비를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청구서를 달라고 하자 간호사가 상세히 기록된 청구서를 가져왔습니다. 그녀는 무거운 마음으로 청구서에 적힌 항목들을 읽어 내려가다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읽어 보니 청구서 제일 하단에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Paid in full with one glass of milk.(한 잔의 우유로 모두 지불되었음.)’ 그 밑에는 켈리 박사의 사인이 있었습니다. 친절은 상대방을 기쁘게도 하고, 나를 행복하게도 합니다. 친절은 상대방에게 용기를 주고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줍니다.」
최 박사의 강의는 계속되고 있다. 16강좌가 끝나면 조촐한 수료식도 한다. 벌써 세 번째 수료식이 끝났고, 개인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는 동기모임도 만들어 사랑나눔을 실천한다. 친절을 베풀 대상을 정하고 대상에게 매일 한 가지 이상의 친절을 베풀고 나서, 일기를 쓰듯이 느낌과 상대의 반응을 적어보는 일들도 함께 해본다. 최 박사의 진정어린 재능 기부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이청연 인천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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