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이용 선진 시민의식 절실

걷기 문화는 세계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발간 이후 한국인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2천 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으며, 영국의 트레일 문화를 받아들여 20년 동안 조성된 미국의 ‘존뮤어 트레일’도 9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외에도 ‘안나푸르나 트레킹’, ‘몽블랑 트레킹’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걷기 코스 역시 저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 서울 성곽길 등이 잇따라 조성되면서 전국적으로 걷기 붐이 일고 있으며, 2010년 9월 북한산국립공원 둘레길이 개통되면서 걷기 열풍의 정점을 찍었다. 북한산 둘레길은 개통 이후 현재까지 약 390만 명의 탐방객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국도변을 따라 자동차와 함께 걷던 구간(효자길과 충의길)을 숲길로 노선을 조정하고, 부족했던 화장실과 쉼터를 대대적으로 조성했다.

 

그러나 급격한 걷기 문화 확산의 한켠에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둘레길이 통과하는 마을의 경우 둘레길이 가까워 좋을 수 도 있지만 일부 주민에게는 둘레길이 그리 행복한 길만은 아니다. 산행 중 생긴 쓰레기를 마구 버려 주택가 주변이 쓰레기로 가득차고, 단체로 지나가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러 깜짝깜짝 놀라기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술을 먹고 집안을 기웃거리는 통에 문을 열어놓을 수도 없으며, 애써 키워 놓은 텃밭의 농작물과 과실을 보는 사람마다 하나씩 따가는 바람에 남아나는 것이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걷기 열풍이 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한 번 걷고 지나가는 길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을 발붙이고 살아야하는 삶의 터전이다.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만든 길이 고통의 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건전한 걷기 문화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 둘레길 이용객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절실한 때다.

 

손동호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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