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다섯에 혼자가 되신 홍 할머니는 올해 80세가 되셨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2남 2녀를 키우셨다. 큰 딸은 서울에 살고 작은 딸은 성남에서 살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큰 아들은 이혼을 한 후에 남매와 홍 할머니를 두고 가출한지 3년째 소식이 없단다. 작은 아들 역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단다. 아르바이트를 해 동생을 돌보는 스무 살된 착한 손녀와 고등학교 2학년인 손자를 부양하는 홍 할머니의 생활은 날마다 고달프기만 하다. 홀 어머니를 모시지 못한 채 집 나간 자식도 자식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지 않는단다. 정상을 참작하여 생활비 지원을 받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홍 할머니는 정부의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홍 할머니는 어김없이 새벽 다섯 시만 되면 무거운 손수레를 끌면서 아침을 시작한지 벌써 4년째가 되셨다고 한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면서 재활용품을 모아서 번 돈이 작년에는 하루 평균 1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수입이 하루 7천원 정도로 뚝 떨어졌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안의 냉장고에는 달걀 1개와 라면 3개, 그리고 요리를 한지 오래된 김치찌개가 전부였다. 그래도 손자 손녀는 착하게 생활해주고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빌라주택 반 지하 두 개의 쪽방 월세가 20만원인데 6개월째 밀려있어도 집주인이 참아주고 있어 당장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나눔의 힘…‘사랑의 집 고치기’
필자가 홍 할머니 댁 집고치기 봉사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경험하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끼니를 때우는 일도 쉽지 않은 형편인데, 하물며 낡은 벽지와 장판 그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전열기구 및 가구 등을 교체하는 일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정이 많다. 홍 할머니처럼 경제적 어려움으로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환경개선 사업 즉, 인천광역시자원봉사센터에서 펼치고 있는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을 간단하게 소개해 본다. 2009년부터 시작되어 2013년까지 진행할 이 사업은 각 주민자치센터에서 추천받은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수혜대상 2천84가구를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각 기업체에서 후원한 지정기탁금을 재원으로 하는데, 집수리에 필요한 재료비로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눈물의 노력봉사를 통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1천300여 가구가 마무리 되었고, 이 사업은 280만 인천시민의 23%에 해당하는 65만 명의 인천자원봉사자들 뿐만 아니라, 인천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 대책 필요
집수리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와 간단한 짐을 나르고 쓰레기 치우는 일을 돕는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빚어내는 희망나눔이요 사랑나눔이다. 미래사회가 우리에게 희망의 시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미래사회의 대안은 바로 자원봉사인 까닭이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과 노력과 신념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원과 방법을 동원하여 곤란에 처한 이웃과 사회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과 행복한 나눔의 손길 때문이다. 그러하다고 해서 80세의 홍 할머니께서 짊어지고 계신 무거운 짐이 가벼워질 수는 없지 않은가. 7천원을 벌기 위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수레를 끌어야만 하는 홍 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편안한 노후생활로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지 않은가. 홍 할머니의 처절한 삶의 여정을 당신의 문제이고 못난 자식들의 문제라고만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홍 할머니께서 살면 얼마나 사신다고’는 위정자와 정부에게 보낸 필자의 물음이다.
이청연 인천시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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