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날 먹은 술로 늦게 일어나 급한 마음에 도로에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출근하려고 종종걸음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마침 도로변에는 두 분의 노부부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부인은 중풍으로 보이는 장애가 있으신지 한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으며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이곳 의정부 신곡동은 택시가 그리 많지 않은 곳. 나는 비록 지각을 하더라도 두 분이 택시를 타고 가시면 나중에 타고 가리라 하고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10분간 빈 택시가 보이질 않고 있었다. 원인은 30미터 위쪽의 버스 정류장에서 젊은이들이 빈 택시를 먼저 잡아타고 있었던 것이다. 두 분의 노부부는 10분을 기다린 후 마지못해 불편할 몸을 이끌고 30미터를 더 올라가 5분을 더 기다려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를 타기 위해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우리 부모님의 모습, 아니 대한민국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공들. 그러나 어두운 노후를 보내는 세대들. 지난 1년간 찾아가는 도민안방의 상담사로 경기남부 21개 시·군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상담해 본 결과 몸은 늙어 삶이 힘들고 재산은 자식들에게 다 물려주어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라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면 우리는 되묻게 된다 “아버님! 어머님! 해당기관이나 시청, 읍사무소에 전화상담이라도 받으셔서 필요한 혜택을 다 받으셔야죠” 하면 “전화하면 그놈에 ARS가 뭔지 이 번호, 저 번호 누르고 누르라고 하여 누르다 보면 시간은 다가고 기껏 통화하면 서로 자기일이 아니라고 이리저리 전화 돌리다가 끊긴다”며 이제는 전화조차 하기 싫어 체념하고 말아 버렸다고 하신다. 특히 노인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용건만 말하게 하고 다른 과로 돌린다고 하신다. 오히려 자식과도 소통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아플 때는 119가 자식보다 낫다”고 말씀하시던 어느 어르신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것 같다.
우리는 “법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법적인 말을 흔히 쓰고 있다. 이를 행정적인 말로 바꾸면 “복지혜택 위에 잠자는 주민을 일깨우는 것이 행정의 사명이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말이 보편화된 세상이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하고 자문해 보며 누구나 행정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받지 않는 보편적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공무원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
행정에서 주민들과 직접만나 상담하여 해결해 주고 주민들이 만족하는 것 이외에 그 무엇이 가치 있는 최고의 행정이겠는가. 인터넷 세상, 스마트한 세상 이런 것들은 우리 부모세대들에게는 하나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와도 같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각급 관공서의 소위 업무분장이나 업무소관은 알 수도 없으며 알아도 접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생활주변에 일어나는 온갖 불합리와 불편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상담하여 주는 주치의’로서 공무원이 필요할 뿐이다. 한걸음 더나가 찾아와서 상담하여 주는 보험설계사처럼 공무원이 찾아와 다 알아서 처리해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골동네를 누비는 만물상 이동차량가게의 운전자처럼 찾아가는 도민안방이 경기도를 구석구석 찾아가 물건을 팔 때 물건을 사는 소비자에게 쓰임새를 정확하고 실용적으로 알려 주는 것과 같이 행정시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부모세대들 모두에게 무상으로 행정을 팔아야 할 것이다.
요즘 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 스마트한 세상을 활짝 열은 그가 위대한 혁신가로 각광 받고 있듯이 찾아가는 도민안방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접할 수 없는 유일한 최고의 혁신행정으로 자리 잡아 민원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길 바란다. 임철호 경기도 군관협력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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