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융합이다

세상은 간단하지 않다. 모든 것을 2분법으로 나누거나 오직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세상을 경계해야 한다.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이나 모든 것을 경쟁체제로 몰아가려는 주장도 주의해야 한다.

 

문화의 출발점은 부끄러움을 아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염치와 측은지심을 가지고 그 위에 선비 정신으로 둘러싸인 사회가 희망적인 좋은 사회다.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온 한국적 문화의 뿌리야말로 미래 한국의 가능성이다. 자긍심과 창조성으로 빛나는 긍정의 나라가 이제부터 우리가 열어야 할 미래다.

 

우리는 경계인이어야 한다. 아니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우파의 부패와 좌파의 독선을 함께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오히려 어느 한 쪽에 안주하려 하지 말고 옳은 쪽이 어디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좌우로 흔들리면서 중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의 틀을 깨고 더욱 나은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융합의 길이다.

 

실제로 융합은 창조의 길이다. 일반적인 경우 모방을 통해 창조가 나타난다. 창조와 모방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아무 형태도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고 모방을 통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같다.

 

창조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창조다. 기존의 산소와 수소가 만나 새로운 물로 창조되는 것처럼 세상의 일은 본래 다 있어왔던 것들이 다시 새로운 목적 아래 새로운 가치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겸손히 수용하고 융합하면서 숙성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좋은 것을 모방하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훌륭한 창조 전략의 일환이다.

 

엄밀히 말해서 창조의 다른 이름은 융합이다. 그리고 책임감이자 무한도전이다. 이제 지금을 융복합의 시대라고 한다면 산업과 산업 간의 융, 복합뿐만 아니라 문화와 문화와의 가로지르기도 중요하다. 이미 우리에게 세종르네상스가 있었다는 자각과 함께 다시 새로운 르네상스를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대와 시대와의 융, 복합이야말로 우리가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 하나의 방법론으로 세종의 역사를 통한 미래의 재창조란, 세종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감동으로 세종을 재해석하고, 오늘의 교육현장에서 되살리는 일이다. 세종르네상스를 창조적으로 부활시켜 보다 나은 삶의 품격을 회복하는 일이다.

 

창조는 우리가 닮아가고자 하는 모방으로부터 출발한다. 아울러 고행과 명상을 통해 스스로 도(道)의 경지를 열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열반을 깨닫는 참선도 창조의 길이다.

 

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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