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민주공원 기공식 파행

“부지 선정 등 일방적 추진” 유가협 회원들 무대 점거

27일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에서 열린 민주공원 기공식에서 부지선정에 반대해온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오른쪽) 등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이 건립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에서 열린 민주공원 기공식이 부지선정에 반대해 온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소속 회원들이 무대를 점거하면서 파행으로 얼룩졌다.

 

27일 이천시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등에 따르면 시와 보상심위는 이날 오후 2시 이천시 모가면에서 민주공원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조성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지선정에 반대해 온 유가협과 추모연대 회원 30여명이 기공식장 무대를 점거하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결국 시와 보상심위는 국민의례 등 식전행사를 취소하고 시장 기념사와 보상심위 회장, 유가족 회장의 간단한 인사말을 끝으로 기공식을 마무리했다.

 

유가협과 추모연대 회원들은 “민주공원 추진 주체와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계속 요구했으나 정부는 유가족과 관련단체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며 “열사정신을 훼손하는 이천 민주공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민주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추진 주체를 올바로 세우고 유가족과 민주화운동 단체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이 없다면 묘지 이장은 물론, 가묘를 포함한 어떠한 표식의 설치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민조 유가족 회장은 “수유리 4·19 민주묘지 인근과 인천시 남구에서 민주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천민주공원은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한국민주화의 성지로 만들어 자식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가협과 추모연대 회원들은 기공식이 끝난 뒤 이천시청을 항의방문해 이천시에 이천민주공원 건립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천=이백상기자 bs2000@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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