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한 여대생이 여름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바닷가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여학생은 수영을 즐기다가 모터보트의 스크루에 휘감기는 사고를 당하였다. 이 사고로 여학생은 대퇴부위가 개방골절이 되고, 내부 장기가 손상되어 복막 안에 심한 출혈이 발생하는 중상을 입게 되었다.

 

친구들이 119안전센터에 전화하니 구급차가 도착하는데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여 급한 나머지 여학생을 가해자의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인근 보건소로 여학생을 데려갔고 피서철이어서 보건소까지 가는데 1시간이 걸렸다.

 

보건소에서는 다시 큰 병원으로 가라며 129민간 구급차를 불러서 여학생을 이송하였다. 129민간 구급차는 특수구급차임에도 아무런 의료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고 의료진이 함께 타지 않아, 여학생은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한 채 결국 병원에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당시 인근에 구급차가 있었으나, 인력 부족으로 평일에만 운행하고 주말에는 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가상의 얘기가 아니라, 얼마 전에 우리나라 해수욕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과연 위 여학생이 미국에서 사고를 당하였다면 손 한 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을까?

 

미국은 1930년대부터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200개가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중증외상센터 설치를 보류해 오다, 지난 3일에야 2016년까지 전국에 16개의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단계적으로 전국 16개소에 병원시설과 의료장비, 의료진을 확보하고자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선택적,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배분에 따른 중증외상센터는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병원과 의료진만 갖춰졌다고 해서 중중외상센터로서 역할을 다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은 구급차에만 의존하는 환자 이송체계이다. 자동차 정체가 심하고, 운전자들이 구급차에 통로를 확보해 주거나 양보해 주지 않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구급차는 신속성에서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헬기를 사용하여 이송하는 방법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당장 헬기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선 소방헬기, 경찰헬기, 병원헬기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한다. 김정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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