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60여 년 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경제개발 및 국가발전 전략을 추진해오면서 정부조직과 공무원 수가 크게 늘어왔다. 반면에 자본주의 원리와 시장경제체제가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아 온 미국은 1950년대 초반의 연방조직과 공무원 수가 2000천 년대까지 유지돼왔다.
행정개혁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를 보자. 뉴질랜드 교통부는 정책기능과 사업기능을 같이 수행해왔었다. 1985년 뉴질랜드 정부는 방대한 조직으로 비능률과 낭비요소의 대명사인 교통부에 대한 대대적 감량경영의 작업을 단행하게 된다. 6천 여명에 이르던 직원을 순수 정책기능만을 담당하는 45명의 초경량 조직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혹자들은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 정부혁신을 서비스 하락, 소비자 비용부담 상승이란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의 비대화와 공무원 수의 증가는 시장경제가 주도하는 현대 경쟁사회의 시스템과 정반대로 가는 낡은 이념과 틀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분권주의자 개혁가인 노무현 정부와 현장 출신의 시장주의자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조차 이런 방향과 기회를 놓치고 정부조직이 비대해져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것은 이념과 정당을 막론하고 집권세력들이 국가발전을 원려하기 보다는 제 몫 챙기기에 더 열중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증거다.
정부가 경제와 국가발전을 직접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정부는 시장과 국민이 불필요한 간섭이나 규제 없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의 수립과 제도적 지원, 모니터링이 정부가 할 역할이다. 더 이상 개발시대의 낡은 정부 주도적 사고와 틀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행정수요가 늘어난다고 조직과 공무원 수를 늘이려고 할 게 아니라 그럴수록 어떻게 하면 정부의 기능과 업무를 비영리조직과 민간으로 이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공공성이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전략과 방향은 정부가, 실천은 민간이 담당하는 ‘나눔과 모음’의 협업 시스템이 비용과 효율성면에서 한층 바람직하다. 정부가 뭐든 지 다해야 한다는 그 ‘어리석은 사명감’에서 벗어나는 길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과 복지부담의 증가라는 향후 지속될 추세 속에서 ‘정부는 전략을 시장은 활동을’이라는 서로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한 미래지향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속아왔던 것처럼 정부와 정치 안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미래 한국의 비전과 방향에 대한 해답은 ‘정부와 정치’가 아닌 ‘시장과 시민’에게서 찾아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온 안철수와 박원순 신드롬은 기득권에 안주해 온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수구세력에게 보내는 국민의 메시지다. 그들이 이 마지막 기회마저 놓친다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말뿐인 개혁론자를 버리고 행동하는 실천가에게서 우리의 내일을 찾아야 한다.
김광남 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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