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백만 경기도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완연한 가을이다. 경기도가 제출한 3차 추경예산처리에서 4대강, GTX가 싫어 국비도 반납한 민주당 예결위 위원들은 도의회 회기가 끝나자마자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3차 추경 예산안이 민주당의 단독처리로 한나라당의 예결위 연찬회 보이콧에 이어, 민주당과 3차 추경 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박수영 도 기획관리실장이 사의표명으로 이어지는 등 추경 안 파동으로 비화한 시점에서 민주당은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보란 듯이 제주 칼 호텔로 떠났다.

 

22년 만에 경기도에서 열리는 제92회 전국체육대회 준비로 도 집행부뿐만 아니라 도의회도 정신없이 분주한 상태에서 예결위 연찬회를 제주에서 굳이 열 필요가 있느냐는 도민들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 집행부 실국장 수십 명과 같이 떠났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원안 통과시킨 국비 지원 예산을 민주당이 뒤엎고 예결위를 다수당의 거수기로 만들고, 한 푼이 아쉬운 국비를 대폭 삭감하여 단독처리를 한 다수당 민주당에 한나라당과 집행부 공무원들이 예산안을 지키고자 다수당인 야당과 맞서 싸웠다. 유치원 무상급식에 억지로 어린이집 아이들을 끼워 맞춘 전형적인 아마추어 행정의 극치를 보면서도, 결과적으로 도지사에게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딴지’를 걸은 꼴이 되었다.

 

도지사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해줬다. 인사권을 내 놓으라면 내주고, 시장, 군수가 해야 할 일도 민주당이 시키면 하겠다고 했으며, 이번에는 정부가 지원해 준예산까지 정치적으로 삭감했는데 도지사는 보고만 있었다. 수해 복구를 위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큰 틀에서 이해해달라는 도지사의 깊은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특히 집행부로서 다수당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도민에게 돌아갈 국비 예산을 포기하는 의견 까지 무차별적으로 따르는 것은 다수결 만능주의일 뿐이다.

 

본래의 예산심의 기능을 포기하고 민주당의 거수기로 전략한 예결위원회 활동에 대해 소수당인 한나라당은 반대토론을 하고 논리를 피력하면서 야당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수적 열세에 눌려 역사와 도민 앞에 죄인이 될 수 없는데도 민주당의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행태를 바로 잡고 도민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예결위 활동을 잠정 중단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신현석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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