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 도시락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점심으로 대신한다. 영양사분들이 계시니 고른 영양상태를 확인하고 식단을 마련했을 터이고 어머님들이 식당에서 직접 봉사하시니 설겆이 등 청결상태도 나무랄 데 없을 것이다.

 

이것저것 먹도록 고른 식단으로 구성돼 아이들의 나쁜 편식습관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부가 모두 일하는 것이 추세인 만큼 분주한 엄마의 아침시간을 절약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래저래 급식은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당장 전면 무상으로 하자!” “아니다,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 등을 두고 투표까지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급식 식당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리 개운한 것만은 아니다.

 

중고등학교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니. 엄마가 직접 싸준 점심 저녁 도시락을 책가방에 넣고 낑낑대며 학교에 온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미 도시락은 식어 난로가 설치되어 있는 겨울 빼면 ‘따뜻한 밥’ 구경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도시락 뚜껑을 열면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소시지가 최고의 반찬이라 소시지를 반찬으로 가지고 온 친구는 자기 것을 맛보기 상당히 어려웠다.

 

친구들에게 빼앗기니 말이다.

 

그렇게 뺏고 빼앗기고 웃으면서 교실을 빙빙 돌아가며 친구들과 그리고 엄마와 교감할 수 있었다.

 

물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만큼 어려운 친구들도 있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집에서 없는 친구의 도시락을 싸다 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며 우정이 더 돈독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에서 무상급식을 두고 투표하던 날, 학교 교수님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 교수님들은 대부분 “도시락 싸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우리 어릴 때에도 많지는 않았으나 엄마가 교사, 교수, 의사인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 친구의 집에 가정부가 별도로 없었음에도 엄마들이 바쁜 시간 아침을 마련하고 도시락도 손수 싸주셨다.

 

그것을 고생이라 생각했던 부모들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식에게 젖을 주는 심정 아니셨을까? 이런 이야기로 젊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들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사랑이 부족하고 거칠어 가기만 하는 아이들의 성격과 태도, 엄마의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급식투표하던 날 “학교급식 자체에 반대합니다. 만약 한다면 어려운 친구들에게만 공짜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었다.

 

도시락이 단순한 점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영한 파주웅지세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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