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의 의미

최근 정치권 화제의 인물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둘러싼 얘기가 불과 며칠 사이에 급속도로 확대되며, 초미의 관심사가 됐었다. 그는 초기에 출마여부를 고민 중에 있으며, 출마하면 무소속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모두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출마설이 나온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 이어진 그의 불출마선언이다. 가상대결을 가정해 실시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다른 모든 후보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앞섰었다. 그런데도 그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신보다 지지율이 현저하게 낮은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며 물러났다.

 

안철수 원장처럼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안팎의 명망있는 인사가 주목을 받은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처럼 아주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켰던 경우는 없었다. 무소속을 자처한 정치신인이 불과 며칠만에 여론조사 결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올라섰던 상황은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그의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는 개인적인 면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여야 정치권 양쪽 모두에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와 박원순 변호사는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로 비슷한 시기에 후보로 부각되기 시작했지만, 지지율에서는 현격하게 차이가 났었다. 그가 선거에 나서더라도 무소속으로 임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밝혔던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틀림없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안철수 신드롬’이 실제 이번 보궐선거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현 시점에서 정치권에 주 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치권 모두가 깊게 자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당리당략을 추구하며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민생을 보듬는 일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현재 각 정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정하는 일만 보더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장수행능력은 제쳐두고 오로지 득표력과 각 정파의 이해관계 만으로 후보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보여질 뿐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안철수 신드롬’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애써 의미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각성하고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강 득 구 경기도의회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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