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 분의 이름을 모른다. 모 음식점 주차장의 한 귀퉁이에서 열쇠가게를 운영하며 주차관리를 해주는 분이다. 점심 약속 때문에 1년여 만에 찾아간 그 음식점 주차장의 모습은 여전했다.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요?” 그 분은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필자를 맞아 주었다. “저는 자원봉사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인사 나눈 일이 없었음에도 다정한 이웃을 만난 것처럼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 분은 매일 저녁시간에 유흥음식점 주변에 있는 통학로를 이용하는 여고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물 등을 제거하는 일을 해왔다는 것이다. 어른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20여 년이 됐다는 것이다. 남모르게 하는 일이 재미가 있었고 늘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또 “봉사활동은 내 집 주변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부터 스스로 잘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라고 했다.
이웃·사회 행복하게 만드는 봉사
자원봉사(volunteer)라는 어원은 영국의 인보관 운동(Settlement Mov-ement)이다. 인보관 운동은 봉사와 자선에 기반해서 잔여적 복지를 실천한 ‘자선조직협회’(Charity Organization Society, COS)와는 달리 지역사회의 모순을 변화하려는 자발적인 지원자들의 보편적 사회복지 실천운동이었다. 이런 점에서 ‘volunteer’는 ‘노령, 빈곤, 장애 등의 사회적 위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사회의 모순을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부터 도출하고 시민들 스스로가 사회의 공적인 일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과 노력과 신념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원과 방법을 동원해 곤란에 처한 이웃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는, 곧 이웃과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자’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람이 병든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박애정신에 의한 자선활동이다. 이를 자원봉사 활동으로 잘못 이해하면 감상적이고 알량한 동정심에 빠져 자신은 베푸는 우월자이고, 상대는 시혜를 받는 열등자로 왜곡된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공동체의 붕괴’,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자원봉사는 자선활동이나 선행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자연간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자원봉사는 칭찬이나 존경받기 위해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난받고 무시당하는 이웃들이 살고 있는 저 낮은 곳으로 스스로 내려가는 것이다. 인간을 차별화하고 소외시키는 왜곡된 가치를 제거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이상으로 여기는 것이 자원봉사다.
국가의 정책·제도적 뒷받침 필요
최근 들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인층의 증가, 노인의 여가 시간 증대, 노인의 건강수준 향상 등으로 노후생활에 있어서 자원봉사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성에 대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여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6%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다.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 활성화는 당사자를 비롯한 민간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 국가차원의 정책 및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노인의 자원봉사 활동 참여효과로서 퇴직 이후 상실한 사회적 지위와 역할 보충, 긍정적 자아개념 유지, 노후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자아성장과 자아실현 부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신체 및 정신 건강 유지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자원봉사는 우리가 미래사회를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대안이 되는 것이다. 이청연 인천시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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