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압수 수색 소식에 이어 안철수 교수의 시장 출마설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교수의 정치경험 부재를 지적하면서 조직의 체계적 지원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 1995년도 박찬종 전 의원처럼 결과적으로는 시장선거에서 낙마하게 될 것이라 예견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시장 출마설로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급상승했으며 그로 인해 안교수는 수십 억 원대의 이득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상 저의가 의심되는 소식도 들린다.
주요 일간지는 이미 일면에 안교수의 시장 출마설에 대한 기사를 대거 개제했으며, 공영방송의 주요시간대 뉴스에도 그에 대한 소식은 연일 꼬리를 물고 있다. 이 같은 관심 수준은 가히 신드롬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안철수 교수에 대해 이리도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곽노현 교육감이 출사표를 던질 당시와, 현재 안철수 교수가 회자되고 있는 경위는 상당히 비슷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참신성과 대중의 신뢰라는 공동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앞선 두 사람에 대한 대중의 인기도는 현재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 안철수 교수에 대한 애정 어린 호기심은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한 것보다는 조금 더 각별해 보인다.
일단 호감을 주는 후덕한 외모에 투박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간다운 면모가 매력적이다. 특히 그의 동안성 외모는 천재의 날카로움 대신 현자의 인자함을 닮았다. 그는 또한 남들은 하나도 성취하기 힘든 여러 가지 도전에서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안주해버릴 수도 있었던 신분을 박차고 변화와 혁신을 택했다는 점은 그의 굳건한 개척정신을 반영해준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인상 중 가장 고유한 것은 바로 공익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다. 그는 모두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IT사업으로 뛰어들었을 때, 무료로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배포했다. 그의 무료 백신으로 컴퓨터를 치료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철수’라는 이름에서 일종의 보험이나 비상약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곤경을 해결해 준 그에 대하여 무언가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안철수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인데, 즉 한 번도 제대로 접촉해보지 못한 정치인들에 비해 안철수 교수의 업적은 많은 시민들에게 이미 사적이고도 개인적인 경험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학연 지연으로 얽힌 공고한 지원조직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점인데, 지금까지 어떤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과도한 도전정신이 돈키호테적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며, 행정경험이 부재하다는 사실 역시 그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보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사실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닥칠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논란만 무성하고 결국 출마를 고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출마를 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며, 지지기반 부재로 종국에 가서는 시장 당선에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모든 변수에 앞서 곰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우리가 왜 그에 대하여 이리도 열정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가하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현재의 삶이 너무나 척박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로 이 때문에 그가 거둔 작은 성공은 더욱 빛나 보이며 그가 베푼 작은 선의에도 감사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시민을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세심하게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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