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해외 봉사를 나가 오지의 원주민을 진료하는 것을 보면서, 의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지만, 법률가는 국경을 벗어나면 아무 쓸모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가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사법시스템을 수출하고 있고, 우리 법률가들이 세계의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독일, 프랑스의 대륙법 체계나 영미법 체계를 수입하였으나, 이제는 거꾸로 우리의 사법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있으니 높아진 한국의 국격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년간에 걸쳐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법관들이 한국에 연수 와서 사법시스템을 배우고 감으로써 우리의 사법시스템이 그 나라에 전파되기 시작하였고, 특히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법 체계로 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전파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사법체계의 전파에 힘입어 법률도 해외에 수출되고 있으며, 베트남의 정보통신법, 캄보디아의 국채법과 전자상거래법은 우리 법을 토대로 한 것이다. 또 몽골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수와 임명방법은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여 우리나라와 똑같다. 이처럼 사법시스템 수출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그 나라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현지의 법제도에 훨씬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되고,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손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법시스템 수출 외에 다양한 국제 재판소에 한국인들이 진출하여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 법률가가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유고국제전범재판소 부소장,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진출하여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도 후배 부장판사가 킬링필드의 주범들을 단죄하려고 설립된 캄보디아 특별재판소(Extraordinary Chambers in the Courts of Cambodia)의 재판관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변호사협회도 일본과 중국의 변호사단체와 교류하던 단계를 벗어나 미국과 영국 등 영미권으로 교류대상을 확대하고, 교류형태도 우의를 다지던 친교의 장을 넘어 공통의 국제적 법률이슈에 관하여 전문가그룹이 모여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국제기구에서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세계법률문화를 선도할 능력이 되었고, 또 그러한 역할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로스쿨 도입과 해외 법률시장 개방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국내 법률가들이 국내 시장만 움켜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적극 진출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현욱 법무법인 도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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