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만 해도 침이 무슨 효과가 있냐며 빈정대던 소수의 서양의사가 근래 미국에서 배워왔다고 침을 하나 둘 사용하면서부터 ‘과학도 별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한의사인 나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적어지는 기쁨이지만 무슨 메커니즘으로 혹은 어떤 근거로 침이 효과가 있냐고 반문하는 의사를 볼 때마다 내가 왜 그들에게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제 기억에 따르면 2003년 5월 21일 뉴스위크지 영문판에 “현대의학에서 통증치료에 침치료법을 주요한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acupuncture treatment therapy is a main stream tools in the modern medicine who its work nobody knows)”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의학의 통증치료에서 침 치료에 대한 권위는 이제 세계의 대세이지 않느냐는 이야기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침 치료가 왜 그런지는 모르나 효과는 확실하다.”라는 말로 요약해 볼 수 있지요.
땅이 오염되면 결국 물이나 강이 오염됩니다. 병이 심하면 인체의 혈관에 있는 혈액이 오염되는 이치와 결국 같습니다. 오염된 강물을 정화하려면 상류(물이 만들어지는 연원)를 깨끗하게 하면 되지요. 아니면 그 물은 새롭게 바꾸든지요. 한번 오염된 강이 금방 복원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이지요.
큰 강은 작은 강을, 작은 강은 더 작은 지류를 나아가 근원에서부터 치료하는 방식을 취할 때 정화됩니다.
인체에도 큰 강이 있는데 이를 경락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인체가 질병에 노출되면 경락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오래되면 정체되고 오염되어 온갖 만성병과 성인병 등이 일어나게 되지요.
경락 중 팔꿈치 관절과 무릎 관절 이하에는 경락의 근원에 해당하는 혈 등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혈 등을 오수혈이라고 합니다. 다른 혈보다 치료의 효과가 강력하다고 볼 수 있지요. 왜냐하면, 해당부위보다는 그 근원이 되는 부위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이치를 알면 침 치료의 방법이 나오며 이러한 침 치료의 바탕 위에는 동양의학적인 생리, 병리관이 있어야만 진단이 용이해진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정확한 진찰과 정확한 침술은 상호 불가결한 관계이니까요.
비가 많이 오는 계절입니다. 치수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체도 여름이면 자연과 마찬가지로 치수와 치습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위해서 한의원에 가셔서 침을 맞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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