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물난리가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 힘들다. 그래서 빗님께 편지를 보낸다. 읽어 주시라고.
“빗님! 왜 그러셨어요? 너무 하셨습니다. 손님으로 조용히 다녀가시지 폭군으로 거칠게 다녀가셨습니다. 마음대로 쏘고 쓸고 몰고 다니며, 때리고 부수고 덮치고 쳐박고 휩쓸고 가셨습니다. 저들을 어찌 하나요? 그냥 저렇게 져버린 꽃다운 고운 생명들. 안타까워서 어떻게 하나요? 오열하는 가족들은 어쩌구요. 그리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밖으로 나앉아 망연자실하는 가난한 이들도 있습니다.
빗님! 잘못하신 겁니다. 원래 빗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단군 할아버님을 따라 풍백(風伯) 운사(雲師) 뇌공(雷公)과 더불어 우사(雨師)로서 우리 금수강산에 오실 때는 안 그러셨잖아요? 몸은 낮게낮게 아래로 낮은 데로 임하셨고, 걸음은 차근차근 다 채우고 앞으로 나아가셨고, 은혜는 두루두루 부드럽게 적시며 모두에게 베풀어 주셨습니다. 철따라 곳따라 알맞게 오시어 알찬 곡식과 달콤한 과일이 익도록 하셨습니다. 풀과 나무를 위해 양과 소를 위해 그리고 사람을 위해 생명의 물로 함께 하셨습니다.
아! 그러나, 빗님! 우리를 벌주려 하셨나요? 당하고 나면 다녀가신 이유를 알거라고 가르치려 하신 겁니다. 우리가 설쳤습니다. 작년 ‘곤파스’ 이후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반성을 안 했습니다. 나쁜 짓 계속했습니다. 헐고 헤집고 뒤집어 놓았습니다. 몹쓸 것 나쁜 것 독한 것 마구 섞어 쏟아 붓고 버렸습니다. 우리들 마음이 조급하고 거칠어져 서로 헐뜯고 다리 걸고 싸우고 안 볼 거라고 돌아섰습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 장엄한 진리 앞에 거대한 역사 앞에 우리들이 오만하였습니다. 쓰나미를 보고도 태풍을 보고도 준비를 안 했습니다. 물폭탄(爆彈)이다 물난리(亂離)다 수마(水魔)다 수재(水災)다 라고 원망만 했습니다.
빗님! 이제 물난리 부리지 마십시오. 우리들 이제 난리(亂離) 떨며 살지 않고 정리(定理)로 살겠습니다. 정해진 이치에 맞게 정리(整理)하면서 살겠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물이 잘 흘러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나라도 정치도 경제도 그렇습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겸손해지겠습니다. 치산치수(治山治水) 잘 하겠습니다. 결코 빗님을 물로 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우리 소원 꼭 한 번 들어 주십시오.”
‘빗님! 우리를 부탁드려요.’
김태석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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