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입사를 위한 면접에서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왔다.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규 근무시간도 아니고,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란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당당한 것은 면접자이기 때문일 것이고, 답변을 해야 하는 사람이 당황하는 것은 면접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는 면접자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문제가 아주 많은 질문이다. 그러나 면접을 보는 사람은 ‘현명한 대답’을 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현명한 대답’은 무엇일까? 어떤 언어로 대답을 하든 결과적인 행동은 둘 중의 하나이다.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야근을 하지 않거나, 야근을 하거나다.
과거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존했던 보살핌 기능이 많이 사회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적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돌봄 기능은 존재한다. 그러나 ‘일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근로자는 가능하면 ‘일’을 선택해야 하고, 그것이 바람직한 근로자 모델처럼 여겨져 왔다. 근로기준법에서도 풀타임 남성이 보편적인 근로자 모델로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재생산의 책임을 지는 여성은 ‘예외’로서 다뤄져 왔다. 오랫동안 임신·출산은 물론 가족을 보살필 책임이 있는 근로자는 ‘충실하지 못한’ 근로자의 취급을 받아온 것이다.
가족간호휴직제 내년부터 개정
지난 5월 가족간호휴직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가족간호휴직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가족간호휴직 제도가 있었던가? 그렇다. 가족간호휴직 제도는 2007년에 도입되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등을 이유로 그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되는 내용은 사업주의 의무가 ‘노력해야’ 하는 것에서 ‘허용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변화이다.
사업주 가족간 휴식 지원 노력해야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된 가족간호휴직 제도를 살펴보자. 근로자가 간호를 위해 휴직할 수 있는 가족에는 부모,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가 포함된다. 근로자는 가족간호를 위해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사업주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간호휴직을 허용해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란 근로자의 계속 근로기간, 대체인력 채용 등에 관한 사항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해 가족간호휴직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주는 다른 방법으로 근로자가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란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 조정 등이다. 가족간호휴직 기간은 1년에 90일을 한도로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주는 가족간호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가족간호휴직을 마친 이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족간호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근로자의 가족 돌봄 등을 위한 지원) 제2항을 보라.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가 건전하게 직장과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조항을 보는 순간 ‘참 아름답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법대로 실현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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