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부동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최근 새로운 주거환경을 선도하고 있는 부동산의 화제는 단연 ‘땅콩집’이다. 땅콩집이란, 하나의 필지에 두 개의 집을 닮은 꼴로 나란히 짓는, 즉 듀플렉스 홈(duplex home)을 친근하게 일컫는 신조어이다. 땅콩집은 재료와 설계가 규격화되어 있으며, 시공도 조립식으로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완공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땅콩집이 화제가 된 것은 건축가 이현욱의 저서 ‘두 남자의 집 짓기’를 통해서다. 이현욱씨와 지인인 구본준씨는 용인시 동백지구에 158㎡의 땅콩집을 짓는 전 과정을 공개했다. 이 두 가족은 약 3억원으로 60평 남짓되는 필지에 절반은 공동마당으로 쓰고, 절반에는 쌍둥이 목조주택 두 채를 지어 수도권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용인에 각자 자신의 집을 마련한 것. 수도권 지역에서 1억 5천만원 정도로 자신의 단독주택을 갖는 것은 일반 직장인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땅콩집은 이런 일반인의 꿈을 현실로 바꾸어 놓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수평적 구조의 주거공간을 수직적 개념으로 전환시키는 창의적 사고 또한 이슈가 되고 있다. 16평의 좁은 공간을 3층의 생활공간으로 수직화한 것.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을 2층에는 침실을 각각 52.8㎡(16평) 규모로 시공하고, 3층은 다락방을 두어 자녀가 있는 가정의 생활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사실 단독주택 16평은 일반 32평 아파트 전용면적(25평)보다 훨씬 넓어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으며 냉난방비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이 모든 비용이 3억원, 보다 나은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되어도 4억원이면 가능하다니 단독주택을 꿈꾸는 중산층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땅콩집은 전국적으로 이미 60호 넘게 건축되었으며, 수도권에는 화성 동탄지구와 고양시 대자동에 여러 채의 땅콩집을 타운하우스처럼 짓는 ‘땅콩밭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한국인들은 유독 서구인보다 주거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아파트의 경우 실제 주거공간에 비해 토지소유분이 매우 협소하다. 가령 30평 아마트에 살면서도 실제 땅에 대한 자기 소유지분은 5평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30평 아파트의 매매가 역시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이 2억원을 윗돌고 있다. 그렇다면 땅콩집은 아파트를 대신해서 자신만의 주거공간을 꿈꾸는 30·40대 한국인에게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의 집 마련’이란 꿈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용락 의왕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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