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방마을 다녀와서

영국과 벨기에 독일을 잠깐 여행하고 왔습니다. 영국 웰즈지방의 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벨기에의 책방마을 레뒤, 독일의 루르 지방 등이 이번 여행의 중요 답사지역이었습니다. 파주출판도시 책방거리 만드는 일과 오는 10월1일부터 치러지는 책축제 ‘파주북소리’(PAJU BOOK SORI)를 위한 기획학습 여행이었습니다. 출판도시의 출판인들과 파주시 관계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민’과 ‘관’이 여러날 함께 여행하면서, 같이 모색하는 여행이란 향후 출판도시를 비롯한 여러 문화·예술 주체들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의 질적 내용을 더욱 풍요롭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또 지금 진행중인 헤이페스티벌을 영국의 유력신문 텔레그라프가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주목했습니다. 헤이온와이가 기획하고 구현해내는 프로그램들을 유력 미디어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함으로써, 고품격 콘텐츠의 창출이 그만큼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선진 문화·예술보며 활발한 토론

 

우리 사회에서는 한없이 많은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만,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그 콘텐츠는 사실 안타깝습니다.

 

헤이온와이를 만들었고, 그 후 고서마을 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리처드 부스를 만나 책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를 파주북소리에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책의 정신과 사상에 대한 그의 육성을 공유해보자는 것인데, 건강이 허락하면 참가하겠다고 했습니다.

 

헤이온와이의 고지도 서점에서 우리는 동해를 ‘한국해’로 분명하게 표기한 고지도 석 점을 구입했습니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제작된 이 지도들을 파주중앙도서관에 기증해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큰 성과라면 성과라 하겠습니다.

 

독일의 기업인 뮬러가 설립한 뮤지엄 홈브로히는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물구덩이 땅을 잘 다듬어 만든 ‘자연 속의 미술관’ 홈브로히는 소박하지만, 소박하기 때문에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에코뮤지엄입니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으로 한층 돋보이는 랑엔재단의 미술관이 있습니다. 나토 미사일 기지에 건설했다는 것 자체가 랑엔 미술관의 가치를 올려줍니다. 전쟁을 위한 기지가 평화의 예술공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10월 파주 책축제 세계속 중심되길

 

독일 경제부흥의 상징이자 실체였던 루르 지방의 그 산업시설들이 지금은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 석탄공장·제철공장의 장대한 공간들이 지금은 박물관·미술관·음악관·책방·휴식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졸페라인을 중심으로 한 이 일대는 유럽문화도시로 지정되어 1년 내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삶의 흔적들은 보존되어야 합니다. 루르 지방의 보존된 산업유산들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역사와 정신, 산업과 문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장대한 산업시설·산업유산들은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인식됩니다.

 

DMZ와 이웃하고 있는 파주에 살면서, 남과 북의 분단과 긴장을 상징하는 철조망을 일상으로 보면서, 저는 언젠가는 이것들이 엄청난 문화유산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철조망은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저 거대한 철조망의 벽을 보면서 우리는 평화의 정신을 세계로 발신해야 합니다.

 

DMZ의 철조망 벽을 비롯한 전쟁과 분단의 실체들이 존재하는 땅, 이들과 이웃하는 파주출판도시와 예술마을 헤이리. 아시아인들이 함께 펼치는 책축제 ‘파주북소리’는 바로 이 한가운데에서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을 우리들 삶의 한 가운데에 놓는 축제로서 파주북소리는 그렇기에 더욱 문화적이고 인문적이며, 보다 예술적이고 평화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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