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학 연극반 동문회에 참석했다. 동문회장을 맡은 후배의 ‘이번에도 안 나오면 정말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과 성화에 못 이겨 어렵게 시간을 냈다. 대학시절 전공과목 공부는 뒤로하고 축제를 준비하며 연극반 동아리를 결성하고 동아리방에서 몇 날 며칠을 지새우며 소품을 만들고 무대를 설치하는 등 창작 작업을 하던 옛 추억이 아련히 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몇 달 전 참석했던 초등학교 재경동창회가 생각났다. 시골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수도권으로 이사를 온 필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43년이 넘도록 한두 명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초등학교 동창을 만날 기회나 소식 또한 들을 수 없었기에 너무도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는데 도대체가 생각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모임에 참석한 동창들 모두가 필자를 기억하고 초등학교 시절 필자와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동창들에게 너무도 미안하기도 하였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가끔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만났거나 아니면 소식이라도 들었다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기억하는 기능으로 추억을 공유하였을 것인데 43년을 훌쩍 넘어서는 지금에는 기억이 전혀 없다.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동창들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대학 연극반 동문과는 공유하는 추억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은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넘지만 간헐적으로라도 만나거나 소식을 접해 왔기에 너무도 생생히 기억하고 공유하는 것이리라. 추억의 공유는 아련한 옛 기억들 속에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현재의 자아를 직시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시 한 소절을 읊으며 그 시절을 노래하는 콘서트장를 찾아서 또 그 시절을 소재로 한 연극이나 그 시절의 삶을 형상화한 미술작품을 찾아 또는 사진을 찾아 가까운 전시장을 가보면 어떨까? 가까운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옛 벗과 함께 예술 감상을 통하여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혔던 추억의 공유를 느껴보자.
윤봉구 경기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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