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친구 막국수나 한사발 하세”

나는 수원에서 오래 살았지만 고향은 강원도 두메산골이다. 강원도 향토 음식 가운데는 ‘막국수’라는 음식이 있다. 메밀로 가락을 굵게 뽑아, 삶아서 육수에 만 국수를 말하는데 강원도를 대표하는 향토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그 외에도 내 고향에서는 특이하게 부르는 식품 용어가 있는데 소위 ‘막장’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막장하면 광산에서 광부들이 들어가 일하는 갱내의 막다른 골목을 말하는데 그 막장 말고 소위 간장, 된장 할 때 일컫는 또 하나의 장을 지칭한다. 막장은 허드레로 먹기 위해 담는 된장의 일종으로 볶은 콩을 갈아서 메주 가루를 섞은 뒤에 소금, 고추가루, 양념 등을 넣고 알맞게 부어서 띄우는 장을 말하는데 색깔로 보면 된장보다는 짙고 고추장보다는 엷은데 맛은 그야말로 막장을 맛 본 사람이나 알 맛이다.

 

나이 들수록 향토음식 찾게 돼

 

그 외에도 김치 가운데도 ‘막 김치’, 파전 고추전 할 때에도 ‘막전’이란 것이 있다. 그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요즘에는 대중적인 인기가 상당히 부상한 ‘막걸리’라는 것이 있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고유한 술의 일종으로 농민들이 즐겨 마시므로 농주 혹은 탁주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농촌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들이키면 배도 부르고 술기운도 올라서 힘든 줄도 모르고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일을 하고 했던 시절이 있다. 우리 어린아이들도 모심부름을 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 힘들고 하기 싫어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을 때면 막걸리를 걸러낸 술지게미에다가 물을 부어 헹구어서 설탕도 아닌 뉴슈가를 타서 한 사발씩 주면 벌떡벌떡 마시고 얼굴이 벌게 가지고 신이 나서 해가 지도록 논에서 심부름을 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나이 40이 되면 어린 시절 입맛에 길들인 음식을 찾는다고 했던가. 요즘 내가 즐겨 찾고 즐겨 먹는 음식 가운데는 이러한 막국수, 막 김치, 막전들이라는 것들이 되었다. 단순히 음식 맛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러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들로 인해서 이다. 나는 직업상 사람을 자주 만나고 상담을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만남의 시간을 주로 새벽이나 낮 시간을 이용해서 약속하고 만난다. 저녁 시간은 나에게도, 그에게도 가족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는 편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 일찍 만나는 사람과는 주로 우거지국을 먹고 낮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주로 막국수를 먹는다. 우거지국과 막국수를 함께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편한 사람들이다. 아니 편한 정도가 아니라 막역한 사이, 막역지교들이다. 그냥 막연한 사람이 아닌 막역한 친구들, 언제 어디서고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함께 먹는 막역지교 있어 더 소중

나는 나름대로 우거지국의 의미를 붙인다. 우거지는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놓는 껍데기를 말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거지는 友巨志이다. 한마디로 큰 뜻을 품은 벗들과 함께 먹는 국이라는 의미이고 막국수는 莫국수이다. 막역지우와 함께 먹는 국수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莫국수가 좋고 友巨志국이 좋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막역지우들이 있어서 좋다. 어느새 莫국수 집도 단골이 됐고 友巨志국집도 단골이 됐다. 두 집 다 푸짐하게 준다. 곱빼기 그릇에다 가득 담아주는 주방 아주머니도 막역지우가 됐다. 씩 웃으며 내미는 우거지국 집 주인양반의 얼굴에서는 인정이 물씬 풍긴다. 그도 나에게는 막역지교가 되었다. 내 입맛에 길들여진 막역한 내 고향 향토 음식들이 생각나는 것처럼 인생이 나이가 들수록 막국수, 막김치, 막장으로 끓여낸 우거지 국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막역지교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어이 오늘 점심에 친구 막국수나 한 사발 하세 ”  반종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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