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견제 하겠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이 말에 재계가 시끄럽다. 계절도 수상한 4월의 끝자락에서 때 아닌 ‘연금사회주의’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것은 관치라면서 재계도 일부 언론도 반기를 들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대기업을 목 조르기 위한 사회주의 발상이라는 것이다.
과연 사회주의적 발상인가. 상법상 주주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법적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런데도 형식적인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기업을 운영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더구나 삼성과 포스코처럼 국가경제의 앞날을 좌우하는 기업들의 비전과 전략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관치를 우려하지만 곽위원장과 정부는 대기업의 작동하지 않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다. 그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오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사회나 2세, 3 세 경영세습으로 이어지는 경영에도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친기업을 표방한 MB 정부가 기업이나 보수언론으로부터 공정사회론이나 초과이익공유제에 이어 좌파 짝퉁 정부로 비판받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익보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생각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당연히 지적해야 할 과제이자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격차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화가 본격화하면서 가장 풍요로운 6%의 부자들이 세계 부의 59%를 독점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의 12 억 인구가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격차는 2차 세계대전당시의 30 대1에서 70대1로 확대되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신자유주의 기치 하에서 대기업은 노동력과 자원의 희생을 바탕으로 초고속성장을 해왔다. 그런데도 부와 권력은 소수의 부자에게 집중되고, 대기업과 경영자의 모럴은 문제되지 않고 있다. 헌법이 정한 기본권 향유자로서의 ‘모든 국민’이나 ‘공익’개념들이 버림받은지 오래다. 이 시점에서 연기금사회주의 논쟁이 주목을 받는 것은 국익과 공익, 국민의 기본권을 복원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