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공공의 디자이너

도시도 인간처럼 일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도시는 한 번에 완성되기 보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도로 가로수나 공원 녹지는 점점 부피가 커지고 그에 따라 도시의 이미지도 변화되어 간다.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이처럼 다음 세대가 생활할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접근해야하는 장기간의 일이다. 도시의 공공디자인 역시 한 순간의 유행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랜 세월동안 싫증나지 않는 도시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시간은 도시 속의 모든 인간과 자연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도시에 항상 풍부한 변화가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가로수의 색상과 모습이 바뀌고 계절별로 형형색색의 꽃이 피면 도시에는 새로운 활력감이 불어넣어 진다. 또한 매일매일 어김없이 밤과 낮이 교대로 찾아와 도시의 이미지를 탈바꿈시킨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이라는 공공의 디자이너가 만들어 주는 도시의 아름다움이자 풍요로움이다.

 

거리의 가로수는 단순히 식재 당시의 이미지보다는 시간의 개념을 고려하여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의 구분이 명확하므로 느티나무와 같이 계절에 따라 색채의 변화가 풍부한 수종의 선택이 바람직하다. 또한 식재 후 20년, 50년, 100년 후에 가로수가 성장하여 만들어 낼 거리의 모습과 그로 인해 새롭게 형성될 시민들의 생활변화를 즐겁게 상상하며 계획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교량이나 지하차도 등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차가운 이미지의 재료로 취급되어 표면에 도색이나 슈퍼그래픽의 방법을 이용하여 화려한 색상이나 해당 지역을 상징하는 그림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콘크리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천연소재로서 세월이 흘러 시간의 때가 입혀지면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특성이 있다. 마치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서로 얼굴이 닮아간다고 하듯이 시간은 그 이질감을 치유해 준다. 사람들이 그 동안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할 뿐 시간은 콘크리트의 차가운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변화시켜주는 훌륭한 디자이너인 것이다.   채민규  경기도디자인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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