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살아 생전에 말 안 듣고, 투정 부리는 손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나중에 커서 자식 키워 봐라’ 라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어느덧 이순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할머니의 말씀이 바로 어제 들은 것처럼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식문제로 가슴앓이를 하셨던 전직 대통령 한 분이 자서전에서 ‘화초와 자식은 가꾸기 나름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함께 오버랩 되어 온다.
이 땅의 많은 자식들과 부모들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 까.
지난 몇 달간 우울한 소식을 접했다. 우리나라 영재들의 산실이라는 카이스트의 젊은이들이 잇따라 자살을 하고 그들을 가르치던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경쟁에서 살아 남는 법, 강자의 생존법칙만 주입시키는 편향된 욕심들이 이 같은 화를 불러일으키지는 아니 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88만원 세대를 비껴가려고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늦은 밤까지 랩에서 보내는 아이를 바라보며 자식 장담하는 것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많은 자식들은 부모 살아 생전 다하지 못한 회한으로 한 숨 짓고 있지는 않을까. 공자 가어에 ‘나무는 고요하게 있고 싶어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이미 돌아가시어 이 세상에 안 계신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扶而親不待)’ 라고 하며 살아 생전 자식의 도리를 다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명절이나 연말연시 그리고 가정의 달을 맞이해 새마을에서는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어르신 모시는 행사를 펼치면서 자식의 도리를 일깨우고 있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현재의 노인 세대들은 내 자식 잘 키우는 것이 바로 노후대책이라 생각하며 살아 왔다. 허나 자식 있는 빈곤노인이 103만명을 넘기고 있다는 보고다. 자식 세대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극한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모이고 가족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시기다.
박상선 경기도새마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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