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

다가오는 5월이면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의 기념일이 많습니다. 그 중 스승의 날은 휴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랑을 각인시키고 떠난 스승이 계시고,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새로움과 창조가 비롯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떤 휴일보다 귀한 날이라 생각됩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닐까요.

 

위대한 스승으로는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 공자가 있습니다. 세월은 변하고 있으나 그 가르침은 영원합니다. 가깝게는 부모님, 학교에서 뵌 선생님, 사회에 나와 만난 스승 등이 있습니다.

 

많은 스승을 만나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스승 한 분은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 봄에 가신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복을 단아하고 소박하게 입으시고 환하고 친절한 미소로 누구든 반갑게 맞아주시던 김옥길(金玉吉·1921~1990) 전 이화여대 총장님이 그런 스승입니다.

 

생전에 ‘옥길 선생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신 당신께서는 찾아오는 이에게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사랑을 물을 퍼서 냉면과 지짐이를 만들어 먹이셨습니다.

 

최근 김옥길 전 총장의 동상 제막식이 충북 괴산군 연풍면 고사리마을 이화여대 수련원 금란서원에서 열렸습니다. 흉상은 조령삼관문과 인접한 백두대간 신선봉 자락의 김 전 총장이 살던 집 마당에 세워졌습니다. 고사리마을은 김 전 총장이 은퇴한 뒤 10년가량의 말년을 보낸 곳입니다. 이 동상은 그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는 이화재단과 제자들의 모금 활동으로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김 전 총장님이 살아계셨다면 자신의 동상을 만들 것이 아니라 생전에 그토록 사랑과 존경해 마지않았던 김활란 이화학당 이사장을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을 낮추고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선생님의 사랑은 따뜻함, 부드러움, 온유함, 배려가 하나 되어 세상을 밝히는 힘입니다. 이 힘은 세대를 거쳐 계승발전될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각의 스승이 전해준 사랑을 봄의 꽃들처럼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위성숙  경기도여약사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