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 안에 글로벌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기업경영의 화두는 글로벌화였다. 남미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여파가 순식간에 아시아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것을 두고 나비효과 운운하며 세계경제가 공동운명체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심지어 2010년 칠레의 지진참사는 우리에게 전혀 예기치 못한 글로벌 경제의 파급효과를 학습시켜주었다.

 

펄프 원료 수입의 대부분을 칠레에 의존하고 있던 국내의 제지업은 한동안 펄프 수입이 중단되게 이르자 종이가격 상승 탓에 급할 것 없던 인문학 서적의 출간이 연기되는 사태를 낳기도 했다. 사실 이런 글로벌 경제의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세계화’의 구호를 제창했으니, 이 땅의 민주화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무렵부터 글로벌화는 현대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었던 셈이다.

 

그러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심지어 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영역 전반에 걸친 글로벌화는 적지 않은 지역적 저항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경제 및 군사 영역을 넘어 문화에 이르기까지 패권을 과시하던 미국 문화의 일방적 유입을 우려하던 유럽 및 아시아 각 지역은 미국의 문화제국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자국의 전통문화와 지역에 뿌리를 둔 자생적 문화실천이 실종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글로벌’과 ‘지역’ 양자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한 해법은 때로는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사고는 글로벌하게 하되 행동은 로컬하게 하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글로벌하다’라는 역설적인 발상이 옳았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일본 후쿠오카의 라면 전문점에서 일하는 주방장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입맛에 맞는 지역 라면이 언젠가 한국, 중국은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이 올 것을 확신하면서 돼지 뼈 육수와 라면 사리를 조리한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먹을거리, 볼거리 가운데 이러한 글로벌 수출품목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것은 우리의 관심과 노력에 달려 있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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