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남북한 및 재외 동포 7천500만명이 쓰는 글자로 유네스코 연감에 의하면 세계 1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인도가 쓰고 있는 10위권 언어인 힌두어, 펀잡어, 뱅갈어 등 3~4개를 감안한다면 한국어는 세계 10위권 언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는 아름답고 쓰기 편하고 배우기 쉬운 장점도 있지만 특히 기계화에 뛰어난 언어로 컴퓨터, 모바일 시대에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우수한 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큰 복이며 자산이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맹 퇴치상이 세종대왕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특별시는 최근 광화문~세종로 4거리와 통의동, 통인동, 내수동, 세종로동 일대 47만㎡을 한글 마루지(랜드 마크)로 조성, 한글문화 광관의 중심지로 가꾸어 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세종로 공원에 한글 1만1천172자 마당을 조성하는 일이다. 한글 1만1천172자는 한글 자모 24자로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총 글자 수로 돌조각에 1만1천172명의 국민이 한 자씩 써서 공원 바닥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한글학회~주시경집터~사직로를 잇는 900m의 주시경 길과 종로구 내수동 75번지 일대 약 1첫700㎡를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 기념 공원으로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글 사랑방’ 운영, 세종대왕의 생가 재현, 한글을 활용한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필자는 한글 마루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평생 한글 운동, 특히 한글 기계화 운동에 헌신한 공병우 박사의 유덕을 기리는 사업이 포함됐으면 하는 것이다. 종로구 와룡동 95번지 현 도서출판 집문당 자리는 공병우 박사가 한글문화원을 개설하고 소장 연구자들이었던 강태진, 박흥호, 이찬진, 정래권 등을 영입하여 한글 기계화 운동에 온 힘을 쏟았던 곳이다.
이곳에서 국산워드 프로세서인 글이 탄생했으며 컴퓨터 코드가 완성형에서 조합형으로 국가 표준이 바뀌게 된 이론을 제공한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어문과장 시절 이곳을 찾았을 때 공병우 박사가 80대 후반의 고령이었음에도 야전 침대를 갖다놓고 밤새워 한글 기계화 운동에 전념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바 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한글 문화원 자리가 한글 마루지 사업에도 포함되길 제안한다. 최진용 의정부 예술의 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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