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축적, 시민사회가 나서야

어떤 나라는 선진국이 되고 어떤 나라는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키워드 중의 하나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동하게 만드는 사회 규범이나 가치를 말한다. 나라가 경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법과 제도, 인적·물적 자본으로만 부족하며 사회적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나라가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기업도 번성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로버트 푸트남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서도 사회적 자본이 꼭 필요하며 그것이 시민사회의 자발적 정치 참여와 국정 감시를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사회적 자본을 키우려면 단순한 교육과 훈련만으론 부족하며 국민 스스로 깨달아 문화와 전통으로 뿌리내려야 하며 이를 위해 정치권과 지도층, 시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선진국 필수요소 사회적자본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몇가지 행태를 되돌아 보자. 지역구 통폐합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에 통폐합 대상에 들어간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웃지 못 할 특위가 만들어졌다. 겉으로는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어떻게 든 자기의 정치생명 연장 기회만 찾으려는 것이다.

 

또 대검찰청 소속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이나 법원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내 놓은 법조개혁안은 검찰과 법원의 직무관련 범죄에 한정해 결과적으로는 정치권의 비리 수사를 면제하는 법안을 만들어 낸 꼴이 되었다.

 

지난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6명에 대한 처벌 근거를 무력화시키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처리했다가 여론의 거센 후폭풍을 맞고 주저앉았다.

 

또 현재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제공과 정당후원회를 합법화하는 개정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할 모양이다. 2003년 기업들의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으로 정치자금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선거공영제를 폭넓게 채택하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도 잘 정착되어 외국 정치인과 정당의 부러움을 받고 있을 정도다.

 

최근 거론되는 석패율 제도가 지역 정치타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순기능에 국민들은 솔깃해 있지만, 실제 입법 과정에 들어가면 현역의원 중 누가 석패율 제도에 따른 당선자가 달게 될 금배지를 양보하게 될 것이냐는 ‘밥그릇’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당장 정치권에선 ‘늘어난 석패율 당선자 수만큼 비례대표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석패율 제도가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 위한 방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국회 폭력 사태로 인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 선진화관련 법안’은 아직도 왜 통과가 안되는 것인지. 이는 의원들이 국회 폭력방지와 선진화에 무관심하거나 동료 의원이나 자기가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한 것은 아닌지.

 

비판의식으로 자발적 정치참여를

 

최근 일어난 사법연수원생과 청년 변호사들이 검사 임용제도에 대해 떼쓰는 것은 미래 지도층의 싹수가 노랗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최근 공직자 재산공개에 지난 1년간 경제난 속에서도 공직자와 국회의원 10 명 가운데 7명은 재산이 늘어났으며, 4 명 가운데 1명이 ‘고지거부 제도’를 활용해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눈감고 아웅하는 것이 아닌지, 과연 정당하게 재산이 늘어났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아직도 정치권과 지도층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표 계산으로 능력보다는 성심성 복지를 내세우고, 제몫 챙기고, 겉으론 사랑과 화해를 얘기하면서 뒤로는 특권의식과 독선을 고집한다. 투명하고 도덕적, 헌신적 리더십이 제대로 서지 않고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은 요원하다. 빠른 시일내 민주적 선진화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비판의식으로 무장한 시민사회의 자발적 정치 참여와 보다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  이영해 한양대 교수·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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