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초 국회에서는 ‘쪼개기 후원금’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몰래’ 통과시키려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중단되었다. 국회의원들이 꼼수를 부리면서 내세운 명분은 ‘소액후원금 기부 활성화’였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아니, 현 제도로 소액 정치후원금을 내는데 무슨 장애가 있었던가?
아마도 진실은 이럴 것이다. 그간 소액후원금은 활성화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나 단체, 노조 등으로부터 뭉텅이 돈을 받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래서 주는 쪽에서 알아서 임직원이나 회원 혹은 조합원 명의를 동원해 1인당 한도액으로 쪼개서 거액을 입금해 주는 관행이 생겼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도 이 같은 관행을 따랐을 뿐이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왜? ‘나만 그랬냐?’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친분있는 기업이나 이익단체, 협회와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아왔을 터.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내심 환영하면서 침묵으로 동의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개인들의 소액 정치후원금 기부는 왜 ‘활성화’되지 않고 줄어드는가?
한 마디로 국회의원들이 정치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온갖 특권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민생법안은 팽개쳐두고 정쟁에 날을 보내면서도, 몰래 세비를 인상하고 보좌관 숫자를 늘리며, 날치기로 어수선한 틈을 타서 평생연금을 받을 수 있게끔 짬짜미를 일삼는다. 그런데도 소액후원금이 활성화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쪼개기 후원금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은 노숙자 명의를 빌려서 사기대출 받으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발적인 소액후원금제도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간부와 직원들이 시민들의 성금을 횡령하거나 방만하게 관리하다가 적발되었다. 그 결과 지난 연말 사랑의 온도계도 한파를 기록했다. 그만큼 배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한 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뼈를 깎는 반성 외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 입법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공청회 의무화 등 특단의 대책을 통해 다시금 국민의 신뢰와 애정을 회복하기 위한 ‘특권제로 정치’가 필요하다.
꼼수 대신 정치 제대로 잘하셔서 정말 후원금 내고 싶은 마음 좀 들게 해주시라.
김진국 생활정치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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