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미래 위한 투자

몇 년전 서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소중한 책 한권을 샀다. 일본 마이니치 학생신분기자 요코가와 세쯔꼬가 쓴 ‘토토로의 숲에 가다’라는 책이다.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탄생 배경과 발전과정, 여러나라의 전개현황을 현지 취재를 통해 기행문 형식으로 쓴 책이었다. 책의 부피는 작았지만 큰 감동을 받았고 그 감동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된 문화, 환경 운동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아름다운 자연(공원, 호수, 숲 등) 환경, 사라져가는 소중한 문화유산, 동식물 등을 시민들의 성금으로 사들여 공공재산, 공적재산으로 만들어 잘 보존하고 가꾸어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자발적인 국민운동을 말한다.

 

이 운동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영국 북서부의 아름다운 원더미어 호수를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예술인, 종교인, 사회운동가들의 노력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중심 인물은 자연을 지극히 사랑했던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와 알프레드 테니슨으로부터 시작되어 그의 제자들로 이어졌고 이후 실질적인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의 창설자인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 하드웍 론슬리 신부, 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 동화작가 베아트리스 포터에 의해 완성되었다.

 

일본에서는 어린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이웃의 토토로’의 무대인 토토로 숲(도쿄도와 사이타마 현에 걸쳐있는 숲으로 토토로는 일본신화에 나오는 숲의 정령)이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주민운동을 통해 개발을 막고 아울러 옆에 있는 도쿄의 수원지인 사야마 구릉일대의 숲까지 ‘토로로의 숲’으로 보존한 그야말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놀라운 성과이자 모범사례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갔다. 이 토토로의 숲을 지키는 운동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힘도 컸지만 주민들 특히 40% 넘는 어린이들의 쌈짓돈으로 이루어낸 꿈의 숲이다.

 

우리나라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입법화된 ‘문화유산 국민신탁’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최근 높아진 국민적 관심으로 회원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정말 기쁜일이다. 그러나 더 많은 국민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여 아름다운 자연, 소중한 문화유산, 역사적인 기념물,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가 온전히 지켜져 다음 세대의 꿈으로 미래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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