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쿠션적 사고

필자는 당구를 모른다. 그런데 당구에는 스리쿠션이라는 재미있는 용어가 있다. 이는 당구 게임에서 승부를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스리쿠션의 득점은 제1적구를 맞춘 후 테이블 벽을 세 번 이상 맞춘 다음에 제2적구를 맞추는 경우와 먼저 세 번 이상 테이블 벽을 맞춘 다음에 제1적구, 제2적구를 맞추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직선으로 바로 적구를 맞추지 않고 세 번 이상의 벽을 맞춘 다음에 상대공을 맞춘다는 것이 묘미라고 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인간의 행동은 지금까지 경험하거나 학습한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모나 성인들이 자녀나 청소년들을 가르치는데 있어 자신은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면서 말로만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 이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은 TV 프로그램의 비교육적이거나 쾌락 추구적인 장면을 시청하면서 자녀들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코 자녀들을 바르게 이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부모의 경우 자녀들과 같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황색경보등 앞에서 급히 건너면서 자녀들의 등하굣길 횡단보도에서는 파란불이 들어온 다음에 좌우를 살피고 조심해서 건너라고 교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부모가 신호를 위반하면서 급히 길을 건너던 장면이 본능적으로 먼저 각인된 다음에는 이성적 교육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보인 부모는 몇 년 후에 자녀의 교통사고를 조장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하고 싶다. 청소년들 앞에서 이권과 관련된 정책을 가지고 난투극을 벌이면서 이 나라 청소년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공익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스리쿠션적 사고(思考)를 모르는 행태에 속할 것이다.

 

교육자치를 강조하여야 할 주관 부처에서 고교평준화 권한을 정치권인 도의회에 넘기는 것은 자칫 교육자치를 어렵게 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 모든 기성인들이 자녀들에게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애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몸으로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기성세대와 지도자들에게 이와 같은 솔선하는 자세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이철웅 포천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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