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유리섬유 석면

석면은 천연으로 생산되는 광물 중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가볍고, 불에 타지 않으며, 다른 물질과의 결합력 및 기계적 강도가 뛰어나 한동안 기적의 광물로 자리매김 했었다. 이런 성질과 효과로 인하여 석면 슬레이트와 같은 건축자재는 물론 방화재, 보온재, 단열재, 심지어 석면보온통, 석면보온매트,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용재 등 3천가지가 넘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서 석면섬유가 폐암, 석면폐증, 흉막이나 복막에 암이 생기는 악성 중피종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현재 석면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석면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석면방직업, 슬레이트업, 브레이크 라이닝 생산업 등에 종사했던 노출군에 대한 염려이다. 약 10~40년의 오랜 잠복기를 지니는 석면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 석면에 의한 직업병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번째는 환경적 노출문제이다. 건축자재나 지하철 배관시설, 건물해체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노출되고, 비산가능성이 커서 그로 인하여 위해도가 증가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공기 중으로 비산되지 않도록 관리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석면 분석의 어려움에 있다. 관련기관 공무원들은 석면분석 경험이 거의 없거나 일부는 고가기기인 전자 현미경을 맹신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형시료는 석면함유량이 몇%까지가 적정한가의 문제점과 석면섬유와 비석면섬유의 정확한 구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형태의 석면의 제조·수입, 사용, 양도 및 제공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석면피해구제법이 공포되어 금년 1월부터 석면질병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와 생활비가 지원되고, 모든 공공건물과 학교에 대한 석면관리종합대책이 시행된다. 그러나 석면의 치명적인 위해성이 20세기 중반에야 알려지게 되었으나 각종 소재로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농도를 줄이기가 쉽지 않으며, 향후 석면에 의한 피해가 지속 발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에서는 석면 분석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등 연구기반을 마련하여 석면을 많이 사용한 건축물들 특히 학교,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정복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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