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개선책 시급하다

작업을 하다가 오른쪽 고관절 부상을 입은 환자가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받은 다리가 다른 한 쪽 다리보다 짧아져 절룩거리게 되고 완전한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 수술 받은 병원의 치료 잘못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병원을 상대로 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해 적절한 치료를 했으며 현재의 증상은 ‘불가피한 후유증이다’라고 하소연 했다.

 

소송이 제기된 다음 제1심 선고를 받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위와 같은 의료분쟁의 실체규명을 위해 결국 의료 전문가인 의사를 통한 환자의 신체감정, 진료기록 감정, 이와 관련된 사실조회 등 절차가 필수적이다.

 

법원으로서도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한 소송자료가 수집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신속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환자 측은 모든 자료와 사실 관계를 병원이 더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학 전문 지식 또한 병원을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환자 승소율 낮고 소송 까다로워

 

그러나 자신의 신체·생명을 상실한 환자로서는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는 막바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반면 병원으로서도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면 거액의 손해배상이라는 재산상 불이익은 물론이고 의사 신분의 상실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고 방어할 수밖에 없다.

 

제1심 재판이후 제2심 재판도 속전속결로 결판이 나지 않아 결국 약 2년이 경과했다. 제1심부터 제2심까지 총 재판기간만도 약 5년이 걸리고 발병일부터 입원 치료 후 소송제기시까지 1년 수 개월이 이미 경과했는데, 대법원 판결까지 받는다면 도대체 발병에서 재판 확정시까지 얼마의 기간이 소요되겠는가.

 

더욱이 소송결과는 승소보다는 패소의 사례가 많으며 소송비용도 상당히 들어가게 돼 결국 환자를 두 번 울리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최근 국민들의 법의식 향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료소송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의료인은 의료사고의 위험 때문에 방어진료, 응급 진료 회피, 산부인과·정형외과와 같은 사고 빈도가 높은 진료과목의 전공 기피 등 사회적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대법원은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판례를 내놓기도 했으나 아직도 환자의 승소율은 낮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일부 환자들은 농성·폭력 등의 사적인 구제 수단에 의존함으로써 병원 측에 압박을 가하는 불행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사고가 수반되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마당에 의료사고에 대한 진실을 객관적이고 공정·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환자를 보호하고 의사의 진료를 보장해 줄 필요성이 절실하다 하겠다.

 

의료사고 객관적 장치 마련돼야

 

미국은 판사, 변호사, 의사, 일반인으로 구성된 전문 위원회에서 ‘강제 심사제’를 통해 사건 실체를 신속히 규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정제도를 이용, ‘의료배상 책임 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의료분쟁 시 ‘일본의사회 배상책임 보험 분쟁처리 규정’ 등 별도 규정을 두어 소송 이전에 당사자 간 합의나 보험제도로 사건을 해결한다. 영국은 국가가 소송, 보상 전담기구를 설립및 운영해 의료과오 소송에 따른 보상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건 발의 이후 약 23년간 수차례에 걸쳐 의료분쟁 조정법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빨리 환자를 보호하고 의사도 부담 없이 진료할 수 있는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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