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딸을 갖고 싶다

엄마, 아빠에게 무뚝뚝하면서 툭하면 서로 쌈박질을 하는 아들 둘을 키우는 나에게 애교있고 귀여운 딸을 키우는 부모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아내하고 셋째를 낳는 문제를 상의해본 적도 있지만 단념의 결정적 원인은 ‘경제와 아내의 일’이었다.

 

아이를 하나만 낳고 둘째를 망설이는 대다수의 부모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한때 프랑스의 여성들은 몸매를 생각해서 아이를 안 낳아 출산율이 낮다는 말이 떠돈 적이 있었지만 편견일 뿐이었다. 합계출산율이 1.3 이하였던 프랑스는 작년 2.01로 평균 1.5의 유럽국 중에 선두그룹이었는데, 이는 프랑스 여성들의 생각이 바뀌어서가 아니고 여성들의 보육, 교육 환경이 바뀌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이 엊그제인데 현재는 출산율 1.15(2010.3월 기준)로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 1.10 정도가 지속된다면 2305년에는 한국의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빗 콜만 교수에게서 나올 정도가 됐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다.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양육과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프랑스에서는 ‘아이 셋을 낳으면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임신 7개월째 800유로(140만원), 출산하면 855유로(150만원), 아동수당으로 매달 16만원, 11세때 4만원 추가, 16세때 7만원을 추가한다. 유럽 44개국 대부분이 아동수당을 지급하는데 OECD국가 중 아동 수당이 없는 나라는 한국, 미국, 멕시코 세 나라뿐이다.

 

재정력도 중요하지만 문제의식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못한 태국, 스리랑카, 이란, 이집트도 아동수당제를 시행하니 말이다. 얼마 전 이대통령은 ‘왜 삼성그룹의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이 필요하냐?’고 의문을 던진 적이 있다. 왜 유럽의 국가들은 중산층, 부자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할까? 그것은 아동수당, 복지에 대한 개념을 소득수준을 구별해서 시혜를 주는 것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권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기본권을 통한 사회안전망으로 잘 살든 못 살든 중간이든 간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때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진작 그랬다면 아이와 엄마들이 행복한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됐을 것이고 나도 딸에 대해 도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고영인 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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