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 거리 들여다 보기 국경 없는 마을

일을 해야 한다… 지친 몸… 고향이 그립다…
그런 날이면 난 원곡동을 걷는다

외국인 근로자 4만명 옹기종기 모여사는 ‘글로벌 스트리트’

경기불황에도 모든 수요와 공급이 그 안에서 해결되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 이곳은 이미 대한민국 수도권 한 도시의 거리가 아니다. 전세계 58개국에서 모여든 4만여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는 국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서로의 안부와 고국 그리고 가족에 대한 소식은 물론 그리움을 찾아 ‘국경 없는 마을’로 10만여명이 운집한다. 한국 생활을 동경해온 그들에겐 그래서 서울 보다 더 유명한 곳이 ‘국경 없는 마을’이다.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고 안부를 묻는 광장. 외국인과 관련된 음식점 등이 150여곳에 달하는 글로벌 스트리트. 이곳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생소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거리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거기에 값싼 주거비와 서로 의지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접목돼 있다. 일자리를 찾기 쉬운 반월 및 시화공단 배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또한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으로 꼽힌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근 반월·시화공단 내 3D업종의 빈 자리를 대신하며 이 거리의 주인이 되어 가고 있다.

 

각 나라별 공동체 사무실과 전시실, 공연공간, 한방치료까지 가능한 보건소, 컴퓨터교육실 등을 갖춘 ‘외국인주민센터’도 들어서 그들의 문화와 복지 등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다.

 

반면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리면서 불법 체류자 또한 늘어나고 있으며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도 잇따금 발생하고 있어 ‘치안센터’에 경찰력이 상주하는 등 작은 지구촌이 형성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영 없는 마을’내의 거리에는 ‘만남의 광장’과 ‘걷고 싶은 거리’등이 들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으며 볼거리와 먹을 거리, 다양한 문화컨텐츠 개발 등을 통해 ‘국경 없는 거리’는 이제 외국인이 꼭 찾고 싶어하는 문화·관광의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경 없는 마을’은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경직됐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안산시 원곡동은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문화 도시로 지난 해 12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외국인만 3만8천976명(미등록 포함 6만여명 추정)에 이르며 이 가운데 72% 가량이 근로자로 반월·시화공단에서 중요한 산업인력을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적인 여건에 따라 안산시는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다문화 전담부서를 설치해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 및 인권조례를 제정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전국 최초로 ‘외국인주민센터(이하 주민센터)’를 열어 사회통합교육과 기술교육, 다문화가정 지원 등 다양한 다문화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센터엔 은행·보건소·통역센터 들어서

안산시 주민센터는 국내에서 외국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단원구 원곡본동 다문화마을 특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센터 내에는 은행과 보건소, 통역지원센터, 도서관, 휴게실 등 각종 외국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곳을 이용하는 외국인은 월평균 1만8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30여명의 직원이 외국인에게 필요한 교육 및 보건, 문화·체육행사 등 다양한 외국인 지원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어·운전면허 등 20개 강좌 ‘무료’

주민센터는 2010년 2월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거점센터로 선정돼 국적 취득을 희망하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국내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는 물론 한국사회 이해 등 기본소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외국인 주민들이 원활한 언어 소통으로 지역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초·중·고급)과 한국어능력시험(TOPIK), 컴퓨터교육, 직업능력개발교육(운전면허·제과제빵, 전문강사 양성 등) 등 20여개 과정을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

 

주민센터는 내국인들이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기관 종사자 등 여론 형성층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 교육과 유치원·초·중·고교생들을 위한 다문화 일일체험 교실 운영 등을 통해 건전한 다문화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인의 날’ 행사 통해 다문화 갈등 해소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문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인의 날’행사와 외국인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 및 내·외국인 간 화합의 장을 마련,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다문화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어울림 행사’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무료진료센터(원곡보건지소)가 평일 뿐 아니라 휴일 및 야간에도 일반진료 외에 치과, 한방진료 등을 실시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출입국, 인권문제 등을 상담·처리하는 이주민통역지원센터 운영과 외화송금센터, 다문화 도서관, 글로벌아동센터 등 다양한 외국인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이면 각 나라 음식점 260곳 문전성시

안산시 단원구 원곡본동은 주민 2명 중 1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의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2009년 5월1일 지식경제부가 다문화마을 특구지역으로 지정했다.

 

시는 특구지역 개발을 위해 특화거리 조성, 다문화 음식거리 조성, 세계전통민속축제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지역경제 활성화 뿐 아니라 다문화를 선도하는 도시로서 다문화가 공존하는 특구지역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 외국인 밀집지역 내 치안 확보를 위해 ‘특별순찰대(외국인 2명 포함 9명)’를 운영하고 있으며 안산지청 및 범죄피해자센터 등과 함께 외국인 범죄피해,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범죄피해와 인권침해를 상담·지원하고 CCTV 확대 설치 등을 통해 범죄유발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현재 주말에 특구지역을 찾는 외국인은 5만여명 이르고, 특구지역에는 260여개의 외국계 업소가 영업중에 있어 이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외국인주민센터 관계자는 “다문화시대를 맞아 내·외국인들이 똑같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역사회에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산=구재원기자 kjw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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