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Metro 의정부시
“매생이와 굴이 대형 할인매장보다 싸면서 양도 많고 싱싱합니다. 비금도에서 올라온 시금치도 600g에 3천500원이에요. 양도 마트보다 2배는 많은 것 같아요” 제일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씨(48·금오동)는 물가가 많이 올라 요즘은 마트보다 제일시장에서 장을 본다고 말했다. 영하10℃ 이하의 맹추위에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시장이지만 다닥다닥 붙은 점포와 점포마다 밝힌 환한 불빛들, 아케이드지붕과 오가는 사람들의 온기 등으로 차가운 겨울기운을 가시게 하고 있다. 확 트인 통로를 통해 잘 진열된 상품들과 정리된 간판.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 구수한 닭 튀김냄새와 먹거리 좌판 등이 없었다면 혹시 이곳이 대형마트 식품매장에 온 것이 아닐까 착각했을 것이다. 의정부시 의정부동 160번지. 제일시장은 행복로서 불과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1만5천411㎡에 663개 점포와 750여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전국 전통시장에서도 가장 활력이 넘치는 모범시장으로 꼽힌다.
663개 점포 “친절하게 더 싸게”…사람만 빼고 다판다
반백년 된 경기북부지역 중심 전통시장
‘옛날에는 지금의 의정부동 일대(포천로타리 부근)에 우시장이 성시를 이뤘고 제일시장과 광흥시장자리에는 곡류를 비롯해서 생필품을 매매하고 경찰서로타리 부근에는 대장간이 성업을 이뤘다. 장날(매월3·8·13·18·23·28일)에는 양주와 포천, 동두천 주민들이 장을 보러왔다’(의정부시정 40년사 中)
의정부시정 40년사는 지금의 제일시장이 의정부지역은 물론 양주시를 포함해 포천시와 동두천시에서까지 몰리는 인파로 경기중북부지역의 상업 활동중심지임을 기술하고 있다. 제일시장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160여개 장옥으로 출발했다. 1959년 의정부제일공설시장으로 개설허가를 받은 의정부지역에서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시장이다.
시장 옆 중앙로에 옛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천·연천·동두천에서 특산품과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1976년 시장 민영화계획에 따라 점포주들이 시로부터 불하받아 현대식 건물로 바꿨다.
부지 1만5천여㎡ 규모에 350개 점포가 입주하게 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잘나가던 제일시장도 슈퍼와 대형마트 등의 등장과 함께 다른 전통시장처럼 내리막길을 걷는다.
김진권 제일시장번영회장은 “지난 1997·98년에는 경기도 어려워지고 설상가상으로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오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상인들은 위기감만 커져갔다”고 말했다.
“손님 제일” 외치며 죽어가는 시장살려
“이대로 있다간 다 죽는다.”
2005년 제일시장 번영회 회장이 된 김진권 회장과 상인들이 시장 살리기에 똘똘 뭉쳤다.
의정부시도 지역경제 활성화차원에서 제일시장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좁았던 시장통로를 넓히고 좌판도 정리해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게 했다.
장보기에 편하도록 북쪽에는 반찬과 건어물가게를, 동쪽에는 과일과 생선가게 등으로 정리했다. 시장입구 주변에 어지럽게 놓였던 노점상 100여개를 시장 안으로 끌어들여 먹거리 장터도 만들었다. 천장에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지하상가의 바닥타일도 교체했다.
주차장을 넓히고 비상시 소방차가 진출·입할 수 있도록 소방도로도 확보했다.
번영회 이왕철 상무는 “상인대학을 운영해 상인들의 친절과 서비스교육은 물론 사계절 이벤트행사와 경품세일 등의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객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시장 한복판 십자로 쉼터 야외무대에서는 비보이공연과 노래자랑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이 상무는 “시민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졌고 설 명절을 전·후해 야채와 생선 등의 기본생필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은 매출이 폭증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최근 제일시장을 찾는 고객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화와 관광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부취재본부=김동일기자 53520@ekgib.com
원조 ‘부대찌개 거리’ 맛·서비스 ‘대박’
“의정부 부대찌개는 느끼하지 않아 얼큰하고 시원하면서 깊은 맛이 있어요. 서울이나 다른 지역 부대찌개 요리와는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지난 주말 부대찌개거리 J식당에서 만난 최모씨(54·서울노원)는 “수락산 등산 후 의정부 명물로 소문난 부대찌개 맛을 보기위해 부대찌개 거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집에 가지고 갈 3인분의 제품포장까지 보여주며 부대찌개 맛을 칭찬했다.
행복로에서 포천로타리 방향으로 나와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 쪽으로 가다보면 ‘의정부 부대찌개거리’라는 아치형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차량 2대가 교행 할 정도로 좁은 길 200여m 양쪽에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15여곳이 부대찌개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30년 이상에서 길게는 50년 이상 된 식당들이다. 어지럽던 간판도 잘 정비되어 거리가 단아하다. 어느 집이 원조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약간씩 다른 맛과 서비스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부근에 양주군청이 있었던 90년대까지만 해도 자리를 잡기위해 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부대찌개 식당들이 대호황을 누렸습니다”의정부 토박이인 김모씨(59)의 회고다. “어려웠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에 배추김치와 고추장, 야채 등을 넣어 우리 입맛에 맞게 끓여먹은 것이 부대찌개가 된 것입니다. 의정부지역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는 음식이지요.”김씨는 부대찌개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부대찌개거리 음식점마다 이 같은 부대찌개 설명을 담은 액자가 걸려있다.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번영회 박평순 회장(67·B식당)은 “업소주인들 모두가 하나되어 시민들의 기호에 맞는 조리법을 개발하고 상품화해 서비스하면서 오늘의 의정부 부대찌개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의정부 부대찌개는 이제 의정부의 대표 음식브랜드로 자리 잡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의정부시와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상인들은 지난 2006년부터 부대찌개 음식축제를 열어 부대찌개 맛과 멋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지난해 제5회 축제에는 이틀 동안 무려 3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경기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박평순 회장은 “단순한 음식축제행사로만 그치지 않고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향토음식 경연대회 등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해 의정부 부대찌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음식문화축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포장판매를 위한 용기와 포장케이스 제작에 이어 품질의 표준화와 다양한 맛 개발 등으로 부대찌개를 브랜드화해 지역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북부취재본부=김동일기자 53520@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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