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의 역습

인류 역사상 전염병과 인간은 항상 경쟁관계로 발전해 왔다. 중세까지만 해도 전염병은 인간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항생제와 백신의 발견으로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끊임없는 변이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와 항생제 내성균으로 진화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바이러스 질환의 변이는 사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형태로 나타나 이미 전 세계를 여러 차례 뒤흔들었으며, 세균 역시 여러 가지 항생제 내성균으로 급속히 확산돼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바이러스 질환은 짧은 기간에 많은 피해를 입혀 관심이 높지만, 항생제 내성균은 감지가 어려울 만큼 점진적으로 전파되고 있어 그 위험성이 더욱 심각하다.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9만4천명이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다재 내성균)에 감염되고 이 중에서 1만9천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금까지 사람의 노력과 기술로 개발한 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의 등장으로 무력화됐다.

 

이제는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치명적인 질병이 대유행한 후에 뒤늦은 대책으로 허둥댈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사전 예방 대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 의료기관,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년 전 신종플루가 창궐할 때 자발적으로 안전 위생수칙을 준수한 결과 집단 식중독 발생이 예년에 비해 70% 정도 감소하였고 신종플루도 이 정도의 비율로 차단됐다고 추정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정부에서는 ‘전염병 예방법’을 현재 상황에 맞게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해 6종류의 슈퍼박테리아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 법을 근거로 우리 연구원에서도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예방대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미 밝혀진 대로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량과 페니실린 내성이 세계 1위의 국가이다. 하루빨리 정책적으로 항생제를 적게 사용하는 의사와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확대해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처방을 가급적 자제하거나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민들 각자가 감기 등 가벼운 질병은 약국이나 병원을 찾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통해 스스로 면연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강력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보다 항생제 내성균의 역습을 저지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예방 대책이 될 것이다. 

 

이정복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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