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의 얼굴 은행나무 가로수

지난 1972년, 역사적인 통일로 개통식 때 나는 그 행사에 동원되었던 고등학생이었다. 그 당시 통일로를 회상해보면 경부선 고속도로 같은 대로와 도로변에 가냘픈 은행나무가 가지런히 일렬로 식재돼 있는 새로운 도로환경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언젠가는 파주에 통일의 상징성을 담은 경의선 철로와 함께 통일의 길목을 여는데 매우 중요한 통일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면서 통일로는 조선시대에 중국을 관통하는 유일한 육로인 의주로가 근간이 된 국도 1번인 왕복 2차선 도로를 확장하여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성에 중심을 두고 급조된 도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도시계획을 전문업으로 하면서 통일로가 서울과 교통이 원활해지는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과 서울의 확산과 집중에 있어서 통로 역할을 하는 고속화도로로써 파주지역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한 주요 간선도로이자 가로수가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도로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통일로변의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통일로변에서 하나, 둘 남몰래 퇴출되어 가고 있었다. 30년 이상 성장한 고품격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특별한 사유도 남기지 않고 그 누구의 제지도 없는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뽑혀 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통일로변의 가감속차선을 조성하면서 이식되었어야 했던 가로수가 완전히 뽑혀져서 사라졌고 중앙분리대를 조성한다면서 가로변의 은행나무는 슬금슬금 없애버렸던 것이다. 이는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에 대한 시민의 욕구 즉,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여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21세기의 도시환경을 창출하기위한 어메니티 계획과 완전 대치되는 일이었다.

 

또한 국토해양부가 전국 도시를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도시, 도시민의 삶을 증진시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계획기준과 도시 평가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통일로는 대한민국 대표도로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도로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로의 얼굴이요, 의미이며 아름다운 도로경관 보존을 위해서 은행나무 가로수는 반드시 보호되고 관리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김희병 도시계획기술사 ㈜어반플레이스 대표이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