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롯데마트에서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5천원에 팔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매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재벌그룹이 동네 통닭집 다죽인다’는 비판처럼 매우 단순한 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통큰치킨 ‘한정판’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여론은 기존 통닭 값이 너무 비싸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폭리를 비판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로인해 함께 항의에 나섰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진땀을 흘리며 해명에 나서야했다. 롯데마트가 일찍 판매를 중단하는 바람에 논란은 사그러들었지만, 이처럼 치킨 하나를 두고도 이해관계가 다르며, 여론 또한 간단히 일방의 주장에 손들어주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문제를 단순화해서 편가르기에 치중한다.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재벌의 전횡을 비판하거나, 무상급식을 주장하면 ‘좌파, 빨갱이’라고 매도하고, 심지어 종교행사까지 난입한다. 그 반대편에서는 모든 사안을 ‘MB반대’로 단순화한다. 심지어 배춧값이 오르는 것과 구제역 발생까지 ‘4대강 탓’이라는 웃지 못할 주장도 들고 나온다.
이러한 이분법과 흑백논리는 정치권이 부추겨왔다. 정치와 정책은 실종된 채 5년 내내 ‘다음 선거’에만 올인하는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편을 가르고 적대감을 확산시킨다. 컬러시대의 구태의연한 흑백정치라 아니할 수 없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하였다. 북경대 탕이졔(湯一介) 교수는 ‘군자는 다른 사람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다른 사람과 조화(調和)하기에 힘쓰는 반면, 소인은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에 따르도록 하려 함으로 불화(不和)를 가져온다’고 해석한다.
새해에는 부디 화이부동하는 군자의 정치, 편가르기가 아닌 오직 국민을 위하는 통큰정치를 기대해본다. 김진국 생활정치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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