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3년간 농사 못 짓지만 대안없어… 농민들 망연자실
<속보〉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파주지역 농가들이 소·돼지를 매립할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본보 12월29일자 6면)을 겪으면서 상당수가 논·밭 등에다 매립, 구제역으로 농지마저 잃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p>속보〉구제역으로>
더욱이 매립지 대다수가 농지 한복판에 조성돼 침출수 등이 유출될 경우 주변 농지까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오전 11시께 100여마리의 한우가 살처분 된 파주시 광탄면 부곡3리 일대의 한 매립지. 100만여㎡ 규모의 논 한가운데 자리잡은 이곳에는 접근금지를 알리는 안내판과 가스배출관만이 덩그러니 서있었다.
주변에서는 살처분된 가축들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악취가 풍기고 있었으며 산짐승과 새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와 함께 100여마리의 젖소가 살처분 된 파주시 광탄면 방축3리 일대의 한 매립지 역시 330만여㎡ 규모의 논이 펼쳐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주변보다 1.5~2m가량 지반이 높은 데다 경사까지 져 있어 침출수의 유출시 주변 논의 오염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5일에도 적성면 마지리 일대의 논에 돼지 500두가 매립될 예정으로 살처분 가축을 농지에 매립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구제역 소·돼지의 매립지가 논 등의 농지 한복판에 조성되고 있는 것은 농장 내 부지가 협소하고, 군사시설인 사격장 및 훈련장이나 국유지 등을 마련하지 못해 농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축3리 주민A씨(56)는 “매립지를 농지로 활용하면 해당농지를 3년간 활용할 수 없는데다 인근 논까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드는게 사실이지만 대안이 없다”며 “생떼같은 가축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농사지을 터전마저 잃어 망연자실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파주지역에서는 이날까지 모두 204개 농가의 소 9천269마리와 돼지 1만5천552두, 사슴38마리 등 모두 11만4천859두의 가축이 살처분 된 것으로 집계됐다.
파주시 관계자는 “가능한 논을 제외한 지역에 부지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지만 워낙 살처분량이 많아 매립지로 논을 활용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포천, 연천 등의 축산농가들도 매몰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농지에 소·돼지를 매립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림부 구제역 행동지침에 따르면 가축 매몰장소는 집단가옥이나 하천, 도로에 인접하지 않은 장소이면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소가 1순위다. 농장부지 등 매몰대상 가축이 발생한 장소가 2순위,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유지가 3순위다.
파주=고기석·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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