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유기농대회
아시아 최초로 팔당지역에서 열리는 IFOAM 세계유기농대회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기농은 생명이다(Organic is life)’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9월26일부터 10일간 남양주시와 양평군 등 팔당일원에서 열리는 2011 IFOAM 세계유기농대회는 전세계 110개국에서 2천200여명의 유기농민과 학자가 방문, 세계 유기농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만 30여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행사는 국내 유기농 산업 현장을 방문하는 사전 컨퍼런스와 유기농 관련 학술대회인 본 회의(Organoc World Congress), 세계유기농인증 기준 및 차기대회 개최지 선정 과정인 IFOAM총회 등 국제 행사외에도 국내외 유기농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기농산물 전시회와 유기농 현장투어, 유기농 영화제 등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국내 유기농 산업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우려가 요즘의 슬로우푸드 문화를 확산시켰다면, 국내 유기농산업 발전은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욕구와 양질의 상품을 생산하려는 농민의 땀, 환경농업의 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이뤄낸 노력의 산물이다.
일반적으로 유기농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 채소나 과일 등을 재배하는 농법으로, 일반에는 2000년대에 들어 급속히 확산된 웰빙 문화(Well-being)와 함께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국내 유기농은 웰빙 문화가 유기농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가져오기 훨씬 전인 1976년도에 최초의 유기농업단체인 ‘정농회’가 발족하면서 시작됐으며 이후 농민과 학계, 정부에 의해 유기농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1990년대 소득수준 향상으로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촉시킬 수 있는 해법으로 유기농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1990년대 초부터 영농경영기술지원단을 통해 유기농업을 농가에 소개해 왔으며,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도 1991년에 유기농업발전기획단을 설치·운영하면서 유기농법 보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국내 유기농지 면적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450ha에 불과하던 유기농인증 농지는 2009년 1만3천343㏊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기농이 적용된 제품도 크게 늘어 쌀과 채소 외에도 와인과 인삼, 화장품, 과자, 우유 등 수많은 유기농 상품이 등장했다.
‘유기농은 생명이다’ 주제로 한
아시아 최초의 세계유기농대회
10일간 세계친환경농업 머리 맞대
물론 모든 농민들이 유기농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농약과 합성비료에 오염돼 버린 토양을 유기농이 가능한 토양으로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학비료를 사용 시비량의 1/2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저농약 단계와 1/3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무농약 단계, 유기합성비료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채 1년 이상 경작해야 하는 전환기 유기농을 거쳐 2~3년 이상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유기농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인증기관의 철저한 인증과정을 거치고 1~2년 주기로 유기농 재인증에 성공해야 비로소 화학비료와 농약 잔류 걱정이 없는 유기농산물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비록 고생스럽고 수확량면에서도 일반 농법보다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유기농에 성공한 농가들은 많은 소득에 농산물 이미지 고급화라는 보너스까지 함께 얻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매장내 독립적인 유기농산물 코너가 마련되고, 각 할인점의 유통담당자들이 유기농산물 재배 지자체를 방문해 유기농산물 확보를 위한 MOU체결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럼 세계유기농대회는 왜 남양주시에서 개최될까? 남양주시는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다. 각종 개발규제로 외부 환경의 변화가 거의 없어 관리만 잘 한다면 유기농에 적합한 토양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남양주시는 지난 1980년대말부터 유기농에 관심을 갖고, 그린벨트가 많은 조안면 일대에서 유기농산물 재배를 시도해 왔다. 그렇게 시작된 남양주의 유기농 면적은 10여년 사이에 10여ha에서 175여ha까지 늘어났고, 수동면 등에서도 유기농을 접한 농민들이 전통 유기농법을 이용해 유기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남양주시의 유기농지는 하루가 다르게 그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농민과 지자체의 사고 전환이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새로운 기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유기농이 궁금해?
화학비료·합성농약 일체 사용 안해야
■ 유기농(Organic farming)이란= 유기농이란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 가축사료첨가제 등 합성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 등만을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과 수산물, 가공품 등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워낙 낮아 화학비료를 일부 허용해야 유기농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의견이 맞서 갈등이 있었으나, 지난 1992년 철저한 유기농업의 기준확립과 유사표시의 근본적인 규제를 위해 화학물질의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무농약 농산물과 유기농 농산물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무농약 농산물은 유기농 인증이 이뤄지지 않은 토양정화의 중간 단계 상품으로 유기농 농산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유기농 농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전환기간(다년생 작물 3년, 그외 작물 2년) 이상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무농약 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은 금지되지만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까지 사용이 허용된다. 유기수산물의 경우 항생제와 합성호르몬제 사용이 금지되며, 유전자조작 등의 외부요소도 일체 금지되고 있다.
108개國모여 지식교류 창구 활발
■ IFOAM(세계유기농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ganic Agriculture Movemonets)이란= 세계유기농대회를 주최하는 IFOAM은 전세계 유기농업 생산자와 가공업자, 유통업자, 연구자들의 연합단체로 유기농업의 실천과 확산을 통한 농업생태계 보전과 인류에게 필요한 수준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목표로 지난 1974년 프랑스에서 결성됐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Bonn)에 본부를 두고 글로벌 유기농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IFOAM에는 현재 108개국 750개 단체가 가입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친환경농업단체연합회와 유기농업협회, 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 팔당생명살림 등 47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특히 IFOAM이 지난 1977년 스위스 Sissach 총회부터 2~3년 주기로 개최해 오고 있는 세계유기농대회는 유기농업 발전을 위한 학술대회를 통해 유기농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농법과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지식 교류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9월 청정도시 남양주서 110개국 전문가 한자리
■ 세분화되고 있는 국내 유기농 산업
해외 유기농 산업이 와인과 치즈, 식초 등의 가공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면, 국내 유기농 산업의 최근 트랜트는 유기제품의 세분화라고 할 수 있다. 도내의 경우 남양주와 안성, 여주, 양평, 이천, 화성, 파주 등에서 여전히 벼와 과수, 채소 등의 1차 농산물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전국 각 지자체에서는 유기가공식품과 유기화장품 등 유기농제품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먼저 유기수산양식을 시도하고 있는 경북 울진군의 경우 지난 2009년 울진 세계 친환경 농업엑스포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 유기수산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유기수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남양주 세계유기농대회의 사전 컨퍼런스 행사로 유기수산양식분야 대회를 울진군에서 개최해 유기수산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차(茶)로 유명한 제주도도 일찌감치 유기농 차 생산을 위해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기농 감귤과 유기농 차 등으로 유기농 산업을 육성중인 제주도는 울진군과 함께 올해 세계유기농대회의 사전 컨퍼런스 행사로 ‘유기녹차 컨퍼런스’를 마련, 국내외 유기농업 석학과 녹차 관련 전문가, 재배 농가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기녹차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와 전시·체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또 도내에서는 남양주시와 양평군이 각각 유기농 화장품과 유기농 와인을 상품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육성 준비에 들어간 상태며, 올해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이에 대한 사전 컨퍼런스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2011 세계유기농대회 어떻게 진행되나
2011 IFOAM 세계유기농대회는 크게 사전 컨퍼런스와 본행사, IFOAM총회, 유기농산물 전시회, 유기농 현장투어와 부대행사인 연극제, 영화제, 음악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중 일반 관람객의 참가가 가능한 행사는 유기농산물 전시회와 연극제, 영화제, 음악제, 마켓페스티벌, 유기농 현장투어 등으로, 일부 행사의 경우 별도의 사전등록이 필요하다.
와인ㆍ화장품 등 유기농제품 속속 개발
정부ㆍ농민 땀으로 만든 산물 선봬
남양주 유기농 메카로 발돋움
먼저 9월 26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사전 컨퍼런스는 차와 수산물, 종자, 인삼, 도시농업, 와인, 화장품 등을 주제로 제주, 울진, 괴산 등 전국 7개 지자체에서 개최된다. 사전 컨퍼런스 참가자는 사전에 대회 준비위원회를 통해 참가를 접수해야 하며, 참가비용은 아직 미정이다. 이어 28일에는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개막식과 함께 이틀간 유기농 패션쇼가 진행된다.
29일부터는 유기농 학술대회인 본 대회(OWC)가 남양주청소년수련관과 남양주시청 제2청사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될 예정이며, 본 회의에서는 유기농업 기술과 토양비옥도 증진, 탄소배출 절감, 기후 변화 등을 주제로 국가별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인다.
이와 함께 분과별 위원회에서는 채소, 벼, 과수 등 주요 품목에 대한 학술토의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로 나눠 토론을 벌이는 지역별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차기 개최지를 선정하는 IFOAM총회는 10월 3일부터 3일간 유기농대회를 위해 신축되는 유기농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30일부터 3일간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종합운동장에서는 유기농 영화제가 개최된다.
또 야외음악당에서는 29일부터 4일간 유기농 음악제가 진행되며, 세계 각국의 유기농 제품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마켓 페스티벌은 29일부터 4일간 남양주체육문화센터내 주차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 부지에서 진행된다. 이와 함께 남양주시는 2012년 세계 슬로푸드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유기농대회 기간동안 시청 인근 부지와 슬로푸드 거리에서 2011 남양주 유기농 슬로푸드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대회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외국인참가자와 국내 관람객을 위한 셔틀버스가 임시 운행될 예정이나, 유기농대회의 개최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일반 방문차량에 대한 편의는 별도로 마련되지 않으므로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을 권장한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한국 고유 우렁이·오리농법… 세계인 관심”
<인터뷰> 이효원 세계유기농대회 학술지원단장 인터뷰>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의 의미는
‘유기농은 생명이다’라는 이번 대회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외적으로 유기농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환경농업으로도 일컬어지는 유기농은 물질적인 성장에 의존해 온 농업에서 자연으로의 회귀하는 과정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유기농과 환경농업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국제 사회에 알려져 한국 농업의 국가적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또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국내 유기농 산업이 구체화되고, 유기농 농민과 학계, 공공기관 사이에 보다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돼 국내 유기농 산업 발전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한다.
-세계유기농대회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치가 확정된 2008년 6월 16차 대회 5개월 뒤인 11월에 세계유기농대회 준비조직위원회가 구성돼 김문수 도지사가 조직위원장을, 이석우 남양주시장과 조현선 환경농업단체연합회장이 부위원장을 맡아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회준비운영회를 열어 대회 주제 및 로고를 확정했으며, 11월에는 동아시아 유기농컨퍼런스를 개최해 대회 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현재는 지난해말 가진 대회 실행계획 용역 보고회 자료를 토대로 대회 준비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술분야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논문접수가 이뤄져 현재 논문들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외 석학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참여도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도 유기농에 대한 새로운 방향과 비전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유기농의 세계 경쟁력은
우리나라 유기농의 경쟁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생산자단체의 우수한 협력망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협력망을 갖추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는 이 것이 주제로 채택될 정도다. 이와 함께 오리와 우렁이를 활용한 벼농사와 시설채소 같은 농법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친환경 농법이다.
아시아 첫 유기농대회인 만큼 아시아의 유기농 쌀과 농법이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되며,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농산물과 상품들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유기농대회 개최가 향후 국내 유기농 산업에 미칠 영향은
국내 유기농 산업은 최근 1년에 20~30%내외의 급격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우리나라의 농업 경쟁력은 유기농업이나 친환경 농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기농 분야는 다른 나라보다 다소 앞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유기농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내 유기농의 경우 학문적인 배경없이 유행처럼 성장한 측면도 강해서 이를 계량화하고, 전문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우리 농업계는 과연 유기농이 추구해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우리가 어느단계에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유기농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돼 유기농 산업 발전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남양주=유창재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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