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예산타결의 뒷그림자

지난 21일, 본회의장에서 김문수 도지사가 의회의 수정안에 동의를 하면서 2011년 예산은 집행부와 의회의 대승적 합의를 통해 통과됐다. 언론에서는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있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 또 국회의 날치기 통과와 빗대 심지어 ‘경기도의회에서 배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도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이번 타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 간부들을 격려했다는 후문이고 도의원들은 뜨거운 사회여론에 한껏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이 가지 못해 언론으로부터 도의회가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소위 복지 예산은 삭감하고 스마트폰 예산은 올렸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친환경급식과 무상급식의 대승적 타결을 통해 의회 정치의 모범이 되었던 우리는 순식간에 다시 파렴치범으로 몰락했다. 스마트폰 정보이용료 문제야 예결위가 현명하게 처신하지 못했다고 반성한 것이니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가정보육 문제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이 문제는 이미 행정사무감사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지적됐다. 이어 본예산에서는 상임위에서 일부 삭감,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했다. 이후의 상황을 보면 더욱 황당하기만 하다. 이해 당사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도 집행부의 태도를 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삭감에 반발해 언론에 기고하는 등 여론몰이를 한다. 가정보육 전액 삭감이 어떤 배경, 어떤 판단에서 이뤄진 것인지 제대로 의견을 묻거나 경청하려 하지 않는다. 감사 지적 사항이 예산에 반영돼 당연히 삭감, 조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단 말인가?

 

 

오로지 반발하고 자기들의 의견만을 개진한다. 싸우자는 것이다. 예산 결정권이 의회에 있다는 것을 잊은 태도다.

 

예산안이 통과된 지 불과 한 주도 안돼서 소위 추경 이야기가 나온다.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없이, 예산과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소위 추경 이야기를 하는 오만함에는 그저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의회는 집행부의 거수기(擧手機)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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