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자

어떤 사람이 10대 소년 시절에 서커스 극단 앞에서 겪었던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함께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에 서 있었던 내 앞에는 열 두 살이 채 안된 아이들이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있었다. 옷차림으로 보아 가난해 보였는데 그래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아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맨 앞에 서 있었고 아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 서커스에 마음껏 들떠 있었다. 이때 남자는 매표소 직원에게 어린이 표 8장과 어른 표 2장을 달라고 했다. 직원이 입장료를 말하자, 순간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방금 얼마라고 했소?” 분명 남자는 그 만큼의 돈을 갖고 있지 않는 게 분명했다.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이제 와서 돈이 모자란다고 말 할 수 없는 듯 남자는 너무나 낭패스런 모습이었다. 이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아버지가 말없이 주머니에서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바닥에 떨었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몸을 굽혀 그것을 다시 주워들더니 그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선생,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꼭 움켜잡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요.”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 거렸다. 그날 나와 아버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 당시 우리 집 역시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의 마음 만큼은 뿌듯하고 행복했다.

 

언제부터인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의례적이고 통상적인 인사 대신에 “부자 되세요”라고 인사하는 새로운 새해 인사가 지인들 사이에서 기분 좋게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부자의 기준이 무엇인가? 자신이 소유한 재산의 크기인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부족하여 자꾸 가지려고 만 한다면 그는 부자가 아니라 거지일 것이다. 그러나 적은 소유일지라도 나누어 주기를 좋아한다면 그는 분명 부유한 자임에 틀림없다. 잠언에 이러한 말씀이 있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 지리라.”

 

김영수 안산다문화가족 행복나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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