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포동 일등 일꾼을 향해

필자가 이 곳 연구소에 부임한지도 내년이면 4년차에 접어든다. 서울의 기술평가기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 경기북부에 위치한 섬유연구소의 소장으로 첫 발을 내 딛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경기북부가 가지는 지역적 낙후성과 비례하는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에 대한 설레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연구소장으로서의 행보는 그 설레임을 잊을 만큼 혹독한 여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보조금 한 푼없이 연구소 60명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것에서부터 불법 외국인 인력문제를 해결해야하고, 지역산업발전을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도 수립해야 하고, 한미·한EU FTA 체결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현장인력의 기술교육에 업체 노후시설 개체를 위한 정책자금을 끌어와야 하고, 열악한 섬유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마케팅 구조개선사업도 추진해야 하고, 첨단기술개발에 매진하여 섬유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소를 만들어야 하는 등 연구소 내외부를 아우르는 각계 분야의 손발노릇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연구소라는 타이틀에 맞게 열심히 연구하고 기술개발을 하는 것만으로는 10%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섬유기업과 지역산업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그 수행과정 중 지자체와의 협업은 너무도 많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업수행을 위해 기초지자체, 광역지자체, 중앙정부를 거쳐야하고 그 안에서도 팀장, 과장, 국장 등 보고·결재라인이 첩첩산중이다. 진행 중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기면 업무지연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각 기관별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보고·결재를 번복하는 등 그야말로 거북이와 손잡고 외줄을 타는 곡예사같은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

 

3년간 일해 온 연구소장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건데, 이같은 초현실적 리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에 일할 맛이 나기도 한다. 모두의 기대에 다 부응할 수는 없지만 작은 성공이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내는 소신을 지켜내 양포동 일등 일꾼이라는 애칭을 받는 연구소장이 되고 싶다.  김숙래 한국섬유소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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