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첫날 강촌·대성리 지날땐 추억에 젖고… 북한강 절경에 탄성도
21일 오전 11시 남양주시 사릉역. 점심시간을 조금 앞둔 시간임에도 사릉역 승차플랫폼은 경춘선 전철을 타려는 승객들로 혼잡스러웠다.
최원규씨(66·남양주)는 “경춘선 개통을 기념해 동네 노인들과 춘천으로 나들이를 가는 중”이라며 “평소 춘천에 가고 싶어도 노인들을 위한 교통수단이 불편해 미뤄왔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자주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위를 두러보니 사릉역에는 최씨와 같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200여명가량 운집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남춘천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급행이라면 40~50분도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이 역에는 급행전철이 정차하지 않는다. 잠시 후 도착한 전철에 오르자 개통 첫날을 기념해 나온 시민들로 전철안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전철이 출발하자 이곳저곳에서 경춘선의 역사에 대한 승객들간에 추억이 담긴 강의(?)가 시작됐고, 70~80년대 대학교 MT를 위해 대성리와 강촌을 찾았던 일, 연인과 떠난 기차여행 등 추억을 회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옥순씨(48·여)는 “남편과 처음 떠난 여행지이 바로 경춘선 여행”이라며 “아주 오래된 일도 아닌데 경춘선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너무 빠르긴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철이 대성리를 지날 무렵 전철안에서 일제히 “이야~”하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성리역에서 백양리역까지 이어지는 강변구간은 북한강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좋은 곳으로, 사람들은 오랜만에 보는 북한강의 모습에 심취한 듯 북한강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 뒤 독특한 이름의 김유정역을 지나 임시 종착역인 남춘천역에 내렸다.
남춘천역은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경춘선 열차를 타고 온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경춘선 개통으로 대규모 인파가 남춘천역으로 몰리면서 상인들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5년째 전동차를 운전하는 베테랑 기관사 박상필씨(38)는 “신설 전동차가 도입돼 어려워하는 기관사들도 있지만 모두 합심해 사고 없이 안전하고 편리한 전철 이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안전운행의 각오를 다졌다. 가평=고창수·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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