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백호의 해

어느덧 2010년 백호의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저물어 가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기억들이 주마등같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연초에 중국의 십간십이지와 음양오행설을 결합하여 사이비 점술사 흉내를 냈던 것이 신통하게도 몇 개가 맞았다. 그중에 백호의 해에는 커다란 기운이 솟구쳐 많은 사건·사고가 예측되는데, 호랑이는 한반도의 형상을 닮았으므로 올해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갈등이 걱정되며, 풍수지리적으로 백호는 서쪽의 수호신이니까 서쪽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친구들이 돗자리 펴고 본격적으로 나서보라고 비아냥댄다. 신기하게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이 서해안에서 잇달아 발발하니 내 자신도 어처구니가 없어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에서는 ‘시경’(詩經)은 백호를 의로운 짐승으로 보고 있는 반면, ‘인원비광경’(人元秘木匡經)처럼 흉신(兇神)으로 기록한 것도 있으며, 백호를 그린 백호기는 천자(天子)가 거동할 때 사용됐다고 한다. 그 글을 읽으니 북한의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에게로의 정권 세습과 함께 일으킨 시나리오가 연상돼 기분이 몹시 씁쓸하다.

 

어쨌든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 천안함 사건, 연평도 도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지 요구 등 동북아에서 지속적으로 안정과 안보를 위협받음에 따라 시시각각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또 이런 불안감은 한·미 연합 훈련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바다 위의 요새라 불리는 ‘슈퍼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한미합동훈련에 참가했으며 우리 국군 역시 대거 참가함에 따라 한·미 연합 훈련에 대응해 북한군도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해안포 진지에 병력이 증강됐으며 함정과 전투기도 전진 배치하는 등 긴장감이 날로 고조됐다.

 

요즈음 북한 김정일의 건강악화설과 아울러 북한 붕괴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혹시 1942년생 흑말띠생인 김정일이 백호와 흑백의 대결을 벌이고 결국 백호에게 물려가는 것은 아닐런지….

 

이재복 수원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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