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卒啄同時)와 리더십

어릴 적 시골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햇살이 머무는 마당 모퉁이에 암탉을 따라나선 예쁜 병아리 가족들이 함께 다니며 열심히 모이를 찾아다니던 모습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을 위해 암탉 어미가 먹이를 열심히 물어다 놓으면 병아리들은 그 먹이를 쪼아 먹곤 하였다. 암탉은 제법 큰 먹이들을 물어다 잘게 쪼아 놓기도 하였으며, 두엄이 있는 곳에서는 발로 헤쳐 두기도 하였는데 지렁이나 벌레가 나오게 되면 몇 번을 쪼아놓아 달아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병아리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미 암탉의 이 같은 병아리 사랑은 알을 품으면서 시작된다. 사랑이 베풀어지고 부화가 시작되는 때에 이르면 알 속의 병아리는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쪼아 대기 시작하고, 암탉은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여 껍질을 쪼아 병아리의 탄생을 도와준다.

 

이와 같은 병아리 부화의 모습을 벽암록(碧巖錄)에서는 ‘ 卒啄同時(줄탁동시)’ 라고 하였다. 즉, 부화할 무 렵 깨어날 병아리와 어미닭의 정확한 판단으로 딱딱한 껍데기를 서로가 같은 곳을 쪼아서 병아리가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신비스러운 순간은 교육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암탉의 병아리 사랑은 자기가 낳지 않은 알까지 품어 탄생시키는 정성과 배려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으며 스스로 해 낼 수 있도록 함께 하는 배려에 있다. 개성과 성격이 각기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 교육에 있어 최고의 리더십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나눌 수 있는 배려의 마음에 있음을 암탉의 사랑에서 배울 수 있다.

 

줄탁동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리들에게 ‘경청’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와 마음까지도 읽어 낼 수 있는 노력, 즉 공감적 경청이 교사가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덕이 아닐까? 가르치는 자의 품성과 사람에 대한 배려, 그리고 그를 위한 공감적 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암탉의 병아리 사랑과 리더십에서 그 교훈을 찾았으면 한다.  이장우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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